[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애플에게 구글은 미워도 버릴 수는 없는 존재다. 구글에게 애플도 마찬가지다. 대단히 껄끄럽지만 관계를 끊기엔 당장 얻을 것이 너무 많은 상대다. 

둘 사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할 때만 해도 애플에게 구글은 전략적 파트너였다. 구글은 애플이 갖지 못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제공하며 아이폰발 모바일 혁신 드라미에 중량급 조연으로 참여했다. 사업적으로 겹치는게 많지 않았기에 애플은 뒤통수 맞을 걱정을 덜하면서 구글 소프트웨어들이 아이폰에서 사면 깔려 있는 기본 앱이 되도록 밀어줬다.

애플과 구글의 동맹은 2007년 말을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구글이 자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내놓고 애플과 경쟁하는 스마트폰 회사들과 동맹을 구축하면서 양사 관계는 동맹보다는 라이벌에 가까워졌다. 당시 애플을 이끌던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향해 "내놓고 iOS를 베꼈다. 훔친 제품"이라겨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애플 이사회 멤버로 있던 구글 에릭스 슈미트 CEO도 내보냈다.

전운이 감돌았지만 애플은 구글과 아예 결별하기는 여러모로 힘든 처지였다. 아이폰에 투입된 검색, 지도, 이메일 서비스는 모두 구글이 제공한 것들이었다. 관계는 끊지 못했어도 구글을 향한 불편한 감정은 이후에도 애플 내부에서 유지됐고  아이폰에서 구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애플의 이같은 행보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직 애플 엔지니어 2명을 취채해 보도한 최근 기사를 보면 애플이 숙적 구글을 상대로 '조용한 전쟁'을 진행 중이다. 지도, 검색, 온라인 광고 등을 내재화해 iOS에 탑재된 구글 서비스들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조용한 전쟁의 골자다.

지도의 경우 애플은 2012년부터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아이폰을 사면 구글맵스는 기본으로 깔려 있었지만 애플이  자체 지도 앱인 애플맵스를 내놓은 뒤부터 아이폰 기본 앱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애플 맵 서비스 화면.
애플 맵 서비스 화면.

처음 나올때만 해도 애플맵스는 오류가 많아 비아냥도 들었지만 지금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1월 초 애플은 기업들이 애플맵스에서 자사 위치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프로모션도 제안하도록 지원하는 '비즈니스 커넥트'도 내놨다.

구글도 추천 플랫폼 옐프와 협력해 비즈니스 커넥트와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 및 추천 수수료 수입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비즈니스 커넥트는 구글에 대한 애플의 직접적인 도전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업체 블루코닉의 코리 문치바흐 CEO는 "애플은 소비자 프라이버시란 외명분 아래 구글과 떨어져도 되는 위치에 잘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에 이어 애플과 구글 간 두 번째 격전지로 부상하는 영역은 검색이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애플서치'로 알려진 기능을 오랫 동안 개발해왔다. FT는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인용해 애플서치는 하루 수십억 건에 달하는 검색을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검색 역량 확보에 나선 건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2013년 트위터 검색 및 분석을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 톱시랩스((Topsy Labs)를 인수했다.

FT에 따르면 톱시랩스 기술은 현재 아이폰 사용자들이 음성 비서 시리에 정보를 요청하거나 애플 홈화면에서 검색을 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2019년 웹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고품질 정보 및 다양한 관점을 전달하는 AI 스타트업 레이저레이스도 인수하고 검색 역량을 보다 강화했다고 FT는 전했다.

검색 광고로 먹고 사는 구글 입장에선 검색을 강화하는 애플의 행보는 만감할 수밖에 없다. 구글 검색은 여전히 아이폰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이에 대한 대가로 구글은 매년 80억달러에서 120억달러 정도를 애플에 주고 있다.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이폰 기본 검색 자리를 내주고도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T는 웹사이트 운영 플랫폼 판테온의 조시 코에닉 최고 전략 담당 임원을 인용해 "애플이 12억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구글을기본 검색 엔진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가진 92% 점유율을 빠르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온라인 광고도 지도, 검색과 함께 애플과 구글 간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은 SSP(Supply Side Platform) 담당자도 영입하는 등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온라인 광고 사업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매출 80% 이상을 광고로 올리는 구글 입장에서 검색에 이어 광고까지 치고 들어오는 애플의 행보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앤드류 립스먼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자체 광고 조직을 꾸리면서 애플로선 검색 시장에 뛰어들 인센티브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검색은 거대한 퍼스트 파티(First party) 데이터에서 핵심이다. 퍼스트 데이터는 향후 디지털 광고에서 새로운 격전지"라고 말했다.

분위기를 보면 애플은 가급적 구글을 멀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탈 구글 전략'을 단기 간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위험한 시나리오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애플이 검색과 광고 역량을 계속 강화하면 할 수록 iOS 생태계 내 존재감 약화를 우려하는 구글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불안이 쌓이면 의외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애플과 구글 간 '적과의 동침'은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까? 애플과 구글 모두에게 결별은 쉽지 않겠지만 둘 사이에 긴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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