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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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보이저 디지털, 셀시우스, 블록파이에 이어 제네시스 글로벌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은행과 유사하게 중앙화된 방식으로 암호화폐 대출(crypto lenders) 사업을 진행해온 회사들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네시스 글로벌이 파산을 신청한 것에 대해 암호화폐 영역에 은행 모델을 도입하려 시도했던 시대의 종말을 찍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개월 간 대형 암호화폐 대출 회사들이 무너진 것은 불안전한 기반 구조, 위험한 행위들, 규제 부족에 따른 결과라고 WSJ은 전했다.

제네시스에 앞서 셀시우스와 보이저 디지털이 지난해 7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11월에는 블록파이가 뒤를 뒤었다. 같은날 제네시스도 인출을 중단했고 결국 올해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들 업체는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약속하며 암호화폐 예금을 받았고 이를 다른 회사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제네시스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접 예금을 유치하지 않고 암호화폐거래소 제미나이 같은 회사들로부터 예금을 가져왔다. 제미나이 공동 창업자 카메론 윙클보스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인출을 중단할 당시  제미나이가 운영하는 제미나이 언 프로그램을 통해 34만명으로부터 9억달러 이상 예치금을 보유했다.

파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회사들도 보다 강력한 규제 압박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암호화폐 대출 업체 넥소는 자사 이자 지급 상품이 투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주와 연방 규제 기관들에 4500만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12월에만 해도 넥소는 미국을 떠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합의로 해결을 봤다.

암호화폐 대출 업체들은 은행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 아래 운영된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예금자 보호 등과 관련해 많은 규제 적용을 받는 은행과 달리 암호화폐 대출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한 업체의 파산이 다른 회사들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보이저 파산은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캐피털에 내준 대출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고 쓰리애로우캐피털은 셀시우스로부터도 대출을 받았다. 

WSJ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경우 파산 신청을 한 암호화폐거래소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수억달러 규모 대출을 해줬다. 제네시스 관계사들 중 하나도 FTX에 2억2600만달러 규모 부담보 대출을 제공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프랜시스 코폴라 금융 블로거는 "이들은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곳도 따라 간다. 결국 도미노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세일 때는 암호화폐 대출 회사들과 관련한 리스크는 많이 논의되지 않았다. 셀시우스는 예금액에 최대 18.6%까지 이자를 지급하며 고객들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가격 하락 속에 암호화폐 대출 회사들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암호화폐 대출 회사들은 계속 높은 수익을 안겨주길 바라는 알라메다 리서치, 쓰리애로우캐피털 같은 몇몇 빅 플레이어들에 크게 의존했다는 지적도 있다

듀크대 캠벨 하비 금융 전문 교수는 "이들 회사는 잘하기 쉬울 때 정말 잘하는 것처럼 보였고, 위험 관리 부족을 가렸다"면서 "많은 이들은 이들 회사 운영 방식에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하비 교수는 암호화폐 대출은 보다 전문적인 관리와 강력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다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들 회사 실패는 암호화폐와 어떤 관계도 없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실패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중앙화된 암호화폐 대출 회사들의 잇단 파산 속에 암호화폐 대출의 미래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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