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습 [사진: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습 [사진: 금융감독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침없는 ‘입’이 연일 논란이다. 취임 6개월 동안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것 같은 발언들을 쏟아내며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노조가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관치 금융’을 규탄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금융노조는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복현 원장은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BNK금융그룹 등의 인사와 관련해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11월 10일 이복현 원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권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개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적 외압이든 외압은 있지 않다”면서도 “당사자(손태승 회장)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월 9일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했다. 중징계 발표 후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낙하산 인사 소문이 돌았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외압이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한편으로 손 회장의 연임 포기를 종용하는 듯한 ‘현명한 판단’ 발언을 했다.

12월 21일에도 이 원장은 신한금융, 우리금융 관련 발언을 했다. 그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금융위에서 수차례 심도 있게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손태승 회장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 포기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신한금융그룹의 회장 선임에 대해서도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조용병 현 회장의 3연임이 유력했지만 조 회장이 전격 용퇴하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조용병 회장이) 3연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거꾸로 (용퇴를) 발표하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며 “신한금융 입장에선 성과 면에서 역대 최고인데 금리 상승도 있겠지만 어쨌든 CEO의 능력에 기인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적 팽창 과정에서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라임 사태를 초래한 것과 관련해 성과에 대한 공(功)과 소비자 보호 실패 등의 과(過)를 자평하면서 후배에게 거취를 양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조용병 회장을 칭찬하는 내용이지만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해서 금융당국 수장이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조용병 회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38년 간 금융권에 몸담은 금융권의 원로다. 38년을 금융권에서 일한 조 회장을 검사 출신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인지 6개월 된 이 원장이 평가한 것이다.

이복현 원장은 BNK금융그룹 회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발언했다. 그는 21일 기자들을 만나 “후보 중 오래된 인사거나 정치적 편향성이 있거나 과거 다른 금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됐던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사외이사가 알아서 걸러주지 않을까 한다"며 ”전임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특정 대학, 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BNK금융그룹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과 소문이 무성했다.

이복현 원장은 12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갖은 후 기자들을 만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상장을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개별 종목의 상장 폐지가 적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닥사(DAXA.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가 금융당국과 소통하면서 관련 법령상 규정에 따른 것에 비하면 미흡할 수 있지만 노력은 해왔다. 내외부의 공평한 기준에 맞춰 조치한 거라면 그 기준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한번 봐줄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위믹스 상장 폐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지만 닥사와 금융당국이 소통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법원이 위메이드가 닥사 소속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8일에는 위믹스가 상장 폐지됐다.

이복현 원장의 튀는 행동은 취임 전부터 예견됐다. 이 원장은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로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도 쌓게 됐다.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이 원장은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한 후 하루 만에 검찰 내부망에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올리고 사직했다. 그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김오수 검찰총장도 비판하는 다혈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5월 사표가 수리되고 6월 금융감독원장에 발탁된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 수장의 언행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금융상품, 서비스가 출시되거나 사라지기도 하고 금융회사 조직이 바뀌고 인사가 개편될 수 있다. 과거 금감원장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지적에 금융회사들이 이벤트를 축소, 취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이자장사를 한다는 경고가 나오면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낮춰야 했고,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을 한다고 하면 예·적금 금리를 낮췄다.

때문에 이복현 원장의 튀는 발언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논란 역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솔직히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금감원장,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하고 민감하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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