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는 유지보수 정책에 있어서만큼 확고한 철학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SAP가 공급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의 애플리케이션 SW는 고객과의 상생 정책을 통해서만 진화할 수 있는 성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과의 친밀도가 중요하다. SAP는 유지보수 정책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성장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SAP의 유지보수 정책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고객이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즉, 고객의 비즈니스 영속성을 지원하고, 전체 운영비용을 절감, 또 시스템 운영 중단없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SAP 지원서비스팀 박정근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IT 관리 방법론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거나 IT서비스관리(ITSM)와 같은 툴을 도입하지만 SAP의 유지보수 프로그램의 경우 별도로 관련 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시스템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엔드투엔드 관리 운영 툴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객의 요구 사항을 분석하고 예측해서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SAP는 고객으로부터 발생된 유지보수료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왔다. 이는 곧 SAP 제품의 기능 향상과 고객에 대한 지원으로 되돌아오면서 긍정적인 효과로 낳게 된다. 현재 SAP는 전세계 1만 3000명정도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조7000억원(약 15억유로)이 SW 개발에 재투자됐다.
 
실제 SAP는 이런 연구개발을 통해 R/2, R/3, 엔터프라이즈 ERP, 비즈니스 스위트 등으로 제품들을 계속 진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들의 생명 주기는 20년에서 10년, 5년 등으로 짧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SAP측은 더욱 제품 진화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유지보수 요율을 조정한 부분도 이런 이유에 있다.

고객들,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기대치는 높아"

SAP 주요 고객들은 아직 유지보수 정책의 변경에 따라 지원 서비스 내용에 대해 쉽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원 서비스 기간이 늘었고 또 지속적으로 기술의 질적 향상을 체크할 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수준협약(SLA)을 적용하는 등 지원 서비스 내용들이 강화됐지만 실제 국내 기업들에 있어 유용한 서비스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가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우해양조선 IT기획팀 안상호 과장은 "버그 발견 시 수정패치를 해주는 등 ERP와 같은 광범위한 범위의 시스템에 대해 꾸준히 관리해 주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며 "하지만 아직 새로 바뀐 정책들이 직접 체감할 정도로 서비스 지원 내용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랜드시스템즈 강현준 본부장은 "유지보수 기간이 기본 5년에서 7년으로 바뀌면서 기본 요율에 대한 부담감은 기간이 확보되면서 다소 줄어들었다"며 "아직 비용 대비 서비스 내용을 평가해 산출할 단계가 아니지만 기존에 비해 장기적인 계획으로 IT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AP의 새로운 유지보수 정책은 올해 말부터 적용됐다. 때문에 고객들 역시 아직은 SAP의 유지보수 정책에 변화에 대해 습득하기에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SAP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수받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에 대해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비추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추세다.
 
SAP 북아시아 유지보수총괄 이재삼 부사장은 "과거 12%의 유지보수 요율이 적용되던 것을 17%로 변경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고객들에게 알리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에도 변경된 유지보수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고객들이 인정하고 체득하기 까지는 충분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SAP의 신규 라이선스 매출이 떨어짐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앞으로 향후 1∼2년간 주의 깊게 지켜봐야 겠지만, SAP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고객이 요구하는 바가 일치한다면 말끔히 없어질 수도 있는 사항이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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