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오픈AI가 내놓은 챗봇 AI인 '챗GPT'가 구글 검색이 갖고 있는 지위까지 위협할까?

'챗GPT로 이런거 까지 할 수 있다'는 경험담이 여러 SNS들을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챗GPT로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게 되면 구글 검색을 쓸 필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신성 오픈AI가 쉽게 흔들릴 거 같지 않아 보이던 대표적인 빅테크인 구글을 위협하는 시나리오여서 챗GPT와 구글 검색 간 함수 관계, 그리고 오픈AI를 향한 구글의 대응 전략은 테크판 구경꾼들 사이에서 이미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챗GPT가 같은 챗봇AI가 검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챗GPT는 레시피를 만들어주고 소프트웨어 코드도 리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경우에 따라 정치적인 논쟁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건 구글이 AI와 검색으로 약속했던 미래상과 비슷한데, 구글이 아니라 오픈AI가 챗GPT를 앞세워 초반 이슈를 선점한 모습이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오픈AI에 기술력에서 밀릴 것이 없는 데도 챗봇 AI에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오픈AI보다 앞서 대화형 AI 기술인 람다(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  LaMDA)를 개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람다는 챗GPT를 능가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엔 람다를 내부에서 테스트하던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이 공개적으로 람다에 지각이 있다는 주장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글은 람다를 여전히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은 테스트 프로젝트로 묶어 두고 있다. 베타 버전 성격임에도 과감하게 챗GPT를 외부에 공개하는 카드를 뽑아든 오픈AI와는 다른 행보다.

챗봇AI 레이스에서 오픈AI에 밀리지 않은 기술과 화력을 갖췄음에도 구글이 람다 출시를 계속 머뭇거리는 까닭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서 정부와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시선, 여기에도 수익과 관련한 부분까지 고려한 현실주의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우선 챗봇 AI는 정확성 측면에서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 보는 듯 하다. 지금 기술 수준으로 챗봇AI는 잘못된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당장 람다를 일반에 공개할 경우  명성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구글에게 지금은 람다를 실전에 투입할 적절한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이같은 인식은 구글 경영진들과 내부 직원들 간 미팅에서도 공유됐다.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회사 전체 미팅에서 일부 구글 직원들은 챗GPT가 단숨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AI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순다 피차이 구글 CEO와 제프 딘 구글 AI 총괄은 챗GPT와 유사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구글로부터 얻는 대답을 신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로선 람다를 공개했다가 잘못되면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단순히 완성도 때문에 구글이 챗봇 AI에 소극적인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사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확성을 갖췄다고 해서 구글이 람다를 출시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람다 관련 비즈니스 모델, 돈을 버는 수단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핵심 수익 기반인 검색 광고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구글은 사람들이 검색 결과 옆에 있는 광고를 클릭 할 때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챗봇 AI 환경에서 검색 광고 같은 비즈니스를 구현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런 만큼, 구글은 람다로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한 '실행파일'을 만들 때까지는 람다에 공격모드로 나설 인센티브는 적을 수 있다.  테크 전문 뉴스레터 빅테크놀로지 등이 이같은 관점으로 구글과 챗봇AI를 둘러싼 판을 해석하고 있다.

물론 오픈AI가 챗GPT로 검색을 실제로 위협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구글은 지금 상황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듯 하다. 

구글이 개발한 챗봇AI 기술 람다는 챗GPT를 증가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구글이 개발한 챗봇AI 기술 람다는 챗GPT를 증가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빅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현재로선 구글에 챗GPT가 주는 위협은 다소 제한적이다. 챗GPT는 인터넷에 접근하지 않을 뿐더러 2021년 이후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구글이 예민해 할 유료 광고도 붙어 있지 않다. 그런 만큼 구글 검색을 일부 대체할 수는 있어도 구글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구글은 오픈AI가 챗봇AI가 일으키는 오류로 욕을 먼저 먹은 다음 뛰어드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보고 있다는 인식도 일각에서 엿보인다.

오픈AI가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전을 구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챗GPT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사용자가 몰려 들면 구글도 신중모드를  고수하기는 어렵다.

검색을 보호하려다 새로운 패러다임 주도권을 후발 업체에게 내주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식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구글도 그들만의 작전으로 반격에 나서고, 작전은 챗봇AI 관련 수익 모델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지금은 오리무중이고, 그런 만큼 '그 때'가 언제인지가 2023년 테크판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가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