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LG그룹이 24일로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주요 전자·화학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유임된 가운데, 배터리·전장 분야 임원 승진자가 대거 나왔다. 대표이사 재신임으로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래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LG그룹은 23일, 24일 이틀에 걸쳐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2023년도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신규 CEO 4명 선임 등 총 160명이 승진했다.

'부회장 4인 체제'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체제에서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와 화학·첨단소재 사업 분야 부회장이 유임, 배터리 및 전장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 부회장 취임 후 제너럴모터스(GM) 리콜 건으로 인한 신뢰성 문제를 풀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경쟁사가 주춤한 사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 등을 체결했고, 자국 중심 협력 기조가 강한 일본 혼다 등을 합작사로 끌어들이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규모만 수조원에 이른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건이 LG-GM '얼티엄셀즈' 2공장과 3공장,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혼다 합작법인, 애리조나 단독 투자 등 5건이다. 여기에 논의되고 있는 얼티엄셀즈 4공장, 미시간주 기존 공장 증설, 폴란드 합작법인 증설 건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LG의 투자 역량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향하는 셈이다.

LG화학은 실적 방어가 인상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고유가 상황 지속에 따른 화학제품 마진율 악화에도 전년대비 개선된 이익률을 보여줬다. 이는 신학철 부회장이 추진해온 첨단소재·친환경·바이오 사업 재편의 결과물이다. 이 가운데 첨단소재 부문 배터리 소재 사업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전체 사업 실적을 이끌었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선임된 조주완 CEO가 연임되고, 핵심 사업인 가전과 미래 성장 사업 전장 부문 인사가 집중됐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은석현 VS사업본부장(전무)가 부사장직에 올랐다.

LG전자는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H&A사업본부 내 사업부 명칭이 변경됐고, HE사업본부는 HE연구소 산하 '인도네시아개발담당'을 신설해 해외 연구개발 및 시너지 강화 등에 나섰다. VS사업본부는 산하 전장부품 통합 오퍼레이션 관리를 하는 'VS오퍼레이션그룹'을 신설, 구매-생산-SCM을 아우르는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밖에 CX(Customer eXperience)센터를 본사 직속으로 신설해 가전 부문 고객경험 중심 연구 개발, 전략 및 로드맵 수립 등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LG전자의 인사 및 조직개편이 가전 부문에서 호평 받은 'UP가전' 등 고정 고객층을 강화하는 한편, 미래 사업인 전장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겠단 의도로 보고 있다.

차 부회장이 용퇴한 LG생활건강은 4대그룹 상장사 최초로 전문경영인 여성 CEO가 탄생했다.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규 CEO에 선임됐다.

부침을 겪은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CEO(사장)을 재신임한다. 신뢰받는 재무 전문가인 정 사장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도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철수 예정이었던 LCD TV 패널 사업 종료를 일정보다 앞당겼고, 해당 부서 등 직원 200~300여명을 타 계열사 등으로 보직 이동시킬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이엔드 IT용 패널, 자동차(Auto)용 패널 및 중소형 IT OLED, 대형 OLED를 축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룹사 전반이 미래 사업인 전장 부문 등에 집중되면서 임원진도 한층 젊어졌다. 신규 임원 승진자 114명 가운데 92%가 1970년대생이다. 이날 수석전문위원(상무)으로 승진한 우정훈 LG전자 전문위원은 신규 임원 중 가장 젊은 1983년생이다. 40대로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실용주의 철학, 미래 사업을 향한 사업 재편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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