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바이낸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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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고객 예치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 의혹으로 뱅크런에 빠진 가운데,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해외 거래소들이 잇따라 준비금 증명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업비트를 비롯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준비금 증명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는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진행해야 한다. 은행은 부분적으로 준비금으로 운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그렇지 않다. 바이낸스는 조만간 완전한 투명성을 위해 준비금 증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제안 이후 게이트아이오, 쿠코인, 폴로닉스, 비트겟, 후오비, OKX, 비트맥스, 크립토닷컴, 데리빗, 바이비트 등 10개 거래소가 준비금 증명에 동참하겠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11일 체인링크 오라클 개발팀 체인링크랩스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준비금 증명이란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거래소의 보유 자산을 실시간으로 감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 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일 바이낸스는 콜드월렛 지갑 주소를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수량을 전체 공개했다. 바이낸스는 비트코인 47만5000개, 이더리움 480만개, USDT 176억개, USD코인 6억100만개, BUSD 2170만개, BNB토큰 58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11일 기준 바이낸스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전체 시장 가치는 690억달러(약 91조원)에 달한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이번 FTX 사태는 알라메다 리서치 등에 고객 예치금을 빼돌려 운영한 의혹과 더불어 자산의 대부분이 유동성이 없는 자체 거래소 토큰이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발생했다.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자금을 메꾸려면 FTX는 FTX 토큰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이 없는 만큼 자금이 더 빨리 고갈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해외 거래소들의 움직임이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그동안 보유 자산 공시 의무 제도가 없어 정확한 자산을 알기 힘들었다. 준비금 증명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유 자산 현황을 파악해 뱅크런 등의 위기가 발생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인지시켜 제2의 FTX 사태를 막자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대다수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 분기별로 한번씩 실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에 거래소의 보유 자산 현황은 들어있지 않다. 거래소가 공개하는 실사보고서의 다수는 "거래소는 고객 예치금보다 더 많은 현금과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인출 요청에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끝맺는다. 

이에 현재 국내 고객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정확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들은 준비금 증명 도입에 유보적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들과 달리 준비금 증명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업비트의 고객 예치금은 일부가 케이뱅크의 대출 자원으로 활용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에서 고객 예치금 중 일부를 대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법인 계좌로 수신된 자금을 활용하는데 그 어떤 법적  문제도 없다. 다른 거래소들과 실명계좌 거래소들과는 고객 자금 보관 방법이 다를뿐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케이뱅크는 별도의 법인 계좌로 업비트 고객 예치금을 보관하고 있다. NH농협, 신한은행 등은 별도의 가상계좌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측은 고객 예치금의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들은 준비금 증명 도입 문제 등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자율공동체(DAXA) 차원에서 기본적인 걸 정해두고 같이 진행하고 있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국내 거래소들은 해외 거래소들과 달리 다중 체인을 지원하지 않고 대다수 ERC-20 체인만을 지원한다. 또 해외 진출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순전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해외처럼 굳이 돈을 들여 준비금 증명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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