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칩업체가 노력해 번 돈을 해외 IP업체가 가져갑니다. 그 회사는 그 돈을 바탕으로 자국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와 협력해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악순환 구조가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퍼져 있습니다. 국내 인력풀을 확대하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기반을 갖춰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오픈엣지가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4일 만난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의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말이다. 이성현 대표는 "AI가 화두가 되면서 암흑기였던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오픈엣지는 국내에서 원활한 고객 지원을, 해외에서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에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설계자산(IP)을 만드는 업체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칩 설계에 필요한 핵심 기능 블록을 개발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종합반도체기업(IDM)에 공급한다. 영국 ARM, 미국 시놉시스와 같은 역할과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어 '한국의 ARM'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반도체 IP'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배경은

"회사 설립 전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내부(In-house) IP 개발을 담당했다. 당시 엑시노스 AP 칩에는 70~100개 수준의 IP 기능 블록이 들어갔다. 대부분 국내보다 해외에서 구입했다. 칩 개발업체 매출이 해외 IP업체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고객지원 측면에서도 응답이 며칠에서 일주일이 걸리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이런 정도니 다른 국내 팹리스들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 IP는 팹리스와 또 다른 영역인 만큼 국내 팹리스가 직접 개발하는 일이 없다. 이로 인해 칩 개발 측면에서 불편함과 큰 비용 지출이 생긴다. 더욱이 우리가 낸 돈으로 성장한 해외 IP업체가 자국 팹리스와 동반성장, 국내 팹리스와 경쟁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IP를 함께 개발한 동료, 대학 연구실의 후배 등과 함께 오픈엣지를 설립하게 됐다."

- 오픈엣지 IP가 적용된 대표 제품이 있나.

"오픈엣지 IP의 주무대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많은 엣지 영역이다. 기존 NPU IP는 고객사 보안카메라 등에 많이 채택됐다. 출입이 필요한 시설 이용 시 얼굴 인식, 지하철 내 안전 및 이슈 발생 탐지 등에 주로 활용된다.

현재 개발한 2세대 NPU IP는 성능이 기존 대비 6~8배 정도 높아져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시스템온칩(SoC)에 들어간다. 이밖에 차량 내 전동화된 룸미러 카메라, 앞·뒷자석 안전 위험 행동을 감지해 주의를 주는 차량 내부(In-Cabin)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 차량 관련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주력 사업은.

"차량용 칩 매출 비중이 20~30%에서 최근 절반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 내부 전장부품 비중이 높아진 덕분이다. 메모리 회사 비중도 높다. SSD와 같이 낸드와 D램을 연결해주는 메모리시스템이나 SoC에 주로 탑재된다. 글로벌 탑티어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도 우리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 NPU IP 시장 동향과 오픈엣지 경쟁력은.

"IP회사 중 NPU업체가 많지 않다. 중국에 디자인하우스 겸 IP 개발업체가 한군데 있고, 미국 시놉시스 정도가 NPU IP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엣지처럼) NPU IP만 개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IP업계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IP의 안정성에 따라 칩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검증된 고객 레퍼런스 등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신규업체은 이미 검증받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IP 업체를 밀어내기고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오픈엣지는 이 과정에서 국내 칩 메이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삼성전자 인하우스 IP 개발팀이 창립한 덕분에 삼성 파운드리를 거쳐 국내 고객사로 통용되는 등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 국내 시스템반도체업체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인력 확보가 제일 문제다. 신규 인력 유입이 많이 줄었고 기존 인력이 떠나는 등 수급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팹리스나 IP업체, 스타트업은 즉시 업무에 투입할 인재가 필요해 신입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신규 인력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오픈엣지는 신규 입사자를 뽑고 1년 기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3개월동안 공동·기본 교육 중심의 직장 내 교육 훈련(OJT)을 거치고, 각 팀 내 에서 심화 실무 교육을 하는 방식이다. 2019년부터 입사한 신규 인력은 총 79명(현재 26명 재직 중)으로, 2019년부터 시작한 엔지니어는 만 3~4년차로 1인분을 할 수 있는 반도체 인력으로 성장했다.

2017년 창업 이후 2년만에 신입 채용과 양성을 해온 셈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외업체로 인력이 유출돼 국내업체와 경쟁하는 악순환 구조를 끊으려면 직접 인력을 길러야만 했다.

반도체 회사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선행 개발 인력 양성도 핵심이다. 오픈엣지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많이 만드는 이유다.

해외는 R&D 거점이 있는 곳마다 독특한 개발 인력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말 캐나다 토론토의 PHY IP 업체를 인수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 인력은 대부분 ATI라는 GPU 회사에서 메모리 선행 개발을 했다. 이들을 우리 회사로 데려온 것처럼, R&D 거점을 추가 확보해 핵심인력 모시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 국내 AI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시스템반도체는 AI가 화두가 되면서 암흑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국내 스타트업 모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기대감도 커지는 와중이다. AI 반도체 투자가 활발해진 것은 민간의 공로도 있지만 정부에서 투자 기회를 열어준 점이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다만 현재 AI 반도체 업계는 너무 R&D에만 집중하고 있다. AI 분야 최고 기술력을 위해 달리고 있지만, 최고의 기술만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없다. 기업은 상업적인 영역을 내세워 매출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은 영업과 마케팅 등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해 실제 글로벌 시장 진입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 향후 계획은.

"오픈엣지 경쟁력은 인력에서 나온다. 그 만큼 핵심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글로벌 R&D센터  거점을 유럽, 일본 등에 추가 확보해 성장속도에 걸맞은 인력을 확보해나가겠다.

먼저 기존에 해왔던 NPU IP를 고도화하고 적용 범위를 미래차 핵심인 자율주행시스템으로 확대한다. 다음으로 PHY IP를 7나노미터(7nm), 5나노 등 선단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R&D 파이프라인을 넓혀갈 계획이다.

칩렛(Chipelet:이종칩 간 결합)도 중요한 트렌드다. 물리적 한계 도달에 따라 무어의 법칙(Moore's Law) 적용이 불가능해져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다이(Die:칩)를 연결해 성능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기존 칩 하나 안에서 연결된 요소들이 칩렛 기술로 나눠진 만큼, 이를 고속으로 연결해주는 기능블럭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이 오픈엣지가 향후 집중 투자할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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