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브라우저. [사진: 셔터스톡]
웹브라우저.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웹브라우저 시장은 2008년 구글이 크롬을 앞세워 당대 최강의 브라우저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를 침몰시킨 이후 계속 크롬이 주도하는 판세다. 

애플 사파리는 애플 기기에 한정돼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에 참패한 이후 익스플로러를 버리고 크롬과 같은 오픈소스 브라우저 소프트웨어인 크로미움 기반으로 개발한 엣지 브라우저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마이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크롬이 나올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익스플로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치 못했듯, 지금은 굳건해 보이는 크롬 주도 판세도 바뀔 수 있다. 실제로 크롬에 맞서는 새로운 브라우저 도전자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기치로 내건 브레이브는 암호화폐와 연동해  새로운 브라우저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고 사이드킥은 브라우저를 아이폰 홈 화면과 유사한 앱 스위처(app switcher)로 바꾸는 콘셉트로 도전장을 던졌다. 덕덕고(DuckDuckGo)의 경우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검색 엔진을 장착한 데스크톱 브라우저로 크롬과 한판 붙어 보려는 모습이다.

파워 유저들 사이에선 더브라우저 컴퍼니가 개발하는 아크(Arc)도 크롬 대항마들 중 하나로 꼽힌다. 

더브라우저컴퍼니는 아크를 앞세워 지금처럼 탭(Tab)들이 한줄로 쭉 늘어선 UI가 아니라 사이드바(Sidebar)와 개인화된 옵션들을 제공해 브라우저 UI 자체를 확 바꾸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아크는 아직까지 초대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맥 컴퓨터용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제공되고 있는데, 몇 개월 안에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더버지 최근 보도에 따르면 더브라우저컴퍼니는 탭브라우징이 주도해온 웹브라우저 패러다임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더버지는 더브라우저컴퍼니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있는 다린 피셔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웹브라우저를 둘러싼 문제들, 아크가 추구하는 방향을 조명했는데, 웹브라우저 UI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살짝 오버하면 다린 피셔는 반평생을 브라우저를 개발하며 살아왔다. 특히 구글에서 16년 간 있으면서 크롬 브라우저와 크롬OS 개발에 참여했고 구글에 있기 전에는 웹브라우저의 원조격인 넷스케이프에도 있었다. 구글을 나온 뒤에는 검색엔진 스타트업 니바(Neeva)에서 브라우저를 개발했고 이후 더브라우저컴퍼니로 와서도 아크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다. 

더버지 인터뷰를 보면 그는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가 제공하는 UI에 대해 할말이 매우 많은 표정이다.  특히 사람들이 점점 브라우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환경에서 탭 브라우징 중심 UI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구글에 있으면서 탭브라우징을 대중화시킨 주역들 중 한명이지만 지금은 생각이 확 달라졌다. 그는 "탭 브라우징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창들이 없었기 때문에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들이 덜 혼란스럽도록 하는데 유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크롬을 사용할 때도 많이 혼란스럽다"면서  브라우저 탭들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우저를 보다 잘 조직화해야 한다는 피셔의 주장에 토를 달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정 규모가 되고 성숙한 앱에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보면 구글 같은 회사들이 탭 브라우징 중심의 UI를 확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피셔에 따르면 구글에서 크롬 브라우저는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크롬은 구글 검색 엔진을 전진배치하기 위한 큰 그림의 일부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브라우저 탭들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검색을 덜하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페이지에 바로 가면 검색을 덜 쓰게 되고 광고 노출도 줄어 든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에 있을 당시 브라우저 UI 및 기능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실전에 투입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것저것 다 따져 봤을 때 피셔가 좋은 브라우저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피셔에 따르면 아크는 브라우저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다.  우선 북마크와 탭들이 하나의 앱에 합쳐져 있다. 이렇게 하면 열려 있는 탭들을 찾는 것이 보다 쉬워진다고 한다. 아크는 메모를 작성하고 공유 가능한 미니 웹사이트를 만드는 툴도 내장하고 있다. 

아크 픽처 인 픽처 기능 이미지.
아크 픽처 인 픽처 기능 이미지.

피셔는 아크 브라우저를 운영체제로도 바라봐 눈길을 끈다. 더브라우저컴퍼니 입장에서 아크는 브라우저가 아니라 오픈웹을 위한 iOS 같은 시스템에 가깝다. 아이폰이 네이티브 앱들에 했던 역할을 아크가 웹앱들을 위해 해주기를 기대하는 뉘앙스가 진하게 풍긴다. 아크가 제공하는 픽처 인 픽처(picture in picture) 모드도 이같은 목표 아래 구현됐다.

모바일도 피셔가 브라우저 혁신과 관련해 강조하는 지점이다. 모바일에서 브라우저 경험은 데스크톱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OS판을 꽉 틀어쥐고 있다 보니 브라우저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피셔는 더브라우저컴포니가 모바일과 관련해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많은 기회가 있다. 앞으로 크게 집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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