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 이호연 기자] “살아남기 위해 제살을 깎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면서도 참담합니다”

KT가 명예퇴직에 돌입한지 열흘이 지났다. 본사는 물론 계열사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내부 직원들 역시 생존을 위해 인력개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20년 이상을 몸바쳤던 회사인데 내칠 수 있냐는 상반된 시선으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KT가 비연고지 근무를 직원 퇴출 수단으로 내세우며 명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생존을 위한 KT의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오는 24일까지 명퇴 대상자를 접수받고 곧바로 잔류 인원을 대상으로 업무 재편에 들어간다.

▲ KT 분당 사옥

◇수익 감소에 인건비 부담 늘어...베이비 부머들 '안절부절'
지난 8일 KT는 근속년수 15년 이상자를 대상으로 오는 24일까지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수익은 감소하는데 인건비 부담은 경쟁사보다 큰 만큼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전체 인원 3만2000명 중 70%에 해당하는 2만3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수준이다. KT측은 실제 명퇴는 지난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인 6000명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력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참담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명퇴의 직접적인 대상에 해당하는 유선 전화국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 붙었다. .KT내부 관계자는 “명퇴 때문에 유선 전화 지부는 직원들이 숨조차 제대로 못쉬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보니 구조조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위기이고, 개인적인 명퇴 압박은 2009년 때보다는 덜한것은 사실이다”면서도 “70년대 유선전화가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베이비부머’들을 왕창 뽑더니 이제는 나가라고 한다. 갑작스레 생계 수단을 빼앗긴 가장들은 패닉 상태다”고 설명했다.

KT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명퇴 접수를 받고 있지만, 남아있는 자나 떠나는 자 모두 아파하고 있다”며 “20~30년 이상 청춘을 바쳐 왔던 곳을 떠나게 되는데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부 분위기는 KT 밖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KT 협력업체 관계자는 “KT본사 인력을 만나보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인원이 줄다보니 업무할당량이 많아졌다고 토로한다. 행여라도 불똥이 튈까봐 우리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황창규 KT 회장.

◇전화국 지부, 326개서 대폭 축소
이번 KT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대상은 유선전화국이다. 현재 KT에는 326개의 유선 전화국 지부가 있는데, 유선 매출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KT 주력사업인 유선 매출은 매년 4000억원씩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T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1494억원의 영업적자까지 기록했다.

황창규 KT 회장 역시 지난 7일 정윤모 위원장과 만나 “혁신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 열악한 상황인줄 몰랐다”며 “오죽하면 대외활동조차 자제하고 있다. 새로운 KT를 만들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노조측의 명예퇴직 협조를 적극 요청한 바 있다.

이에 KT는 이번 명퇴를 계기로 326개 유선 전화국을 지부에서 광역화 개념으로 축소시킨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70~80년대 유선망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했던 동케이블이 광케이블로 대체됨에 따라, 적은 수의 지부로도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수익은 줄어드는 대신 임대비, 인건비 등은 유지돼 부담으로 작용됐다”고 설명했다.

저비용 고효율화로 체질개선을 하기 위해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가 필수라는 설명. KT는 4월 말 명퇴접수가 끝나는대로 유선 전화국 통폐합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 아니겠냐”며 “KT를 정상화하기 위해 회사 전 임직원이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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