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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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최근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 상장을 택하는 의료기기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어급’으로 꼽히던 기업들조차 IPO 흥행에 실패하면서 스팩을 통한 사실상의 우회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체신호 의료기기 전문기업 비스토스는 스팩소멸 방식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다.

SK5호스팩은 지난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비스토스와의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SK5호스팩의 상호는 '주식회사 비스토스'로 변경돼 오는 10월18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비스토스는 태아·신생아 관련 의료기기부터 가정용 의료기기, 환자감시장치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건강을 측정하는 태아심음측정기와 태아감시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했다.

비스토스 관계자는 “스팩소멸 방식을 택해 회사 경영과 영업에 지장 없이 상장 추진이 가능했다”며 “합병에 앞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밝혔듯 뇌 관련 기술을 확보 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5호스팩과 비스토스의 합병기일은 다음달 28일이다. 이날 모든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다. 합병 신주상장 예정일은 10월18일이다.

원텍 대전 본사 전경.
원텍 대전 본사 전경.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업체 원텍은 대신밸런스제8호스팩과의 합병 절차를 마치고 지난 6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1999년 설립된 원텍은 국내 레이저·에너지 의료기기 원천기술을 보유한 1세대 기업으로, 23년간 축적된 임상 노하우와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원텍은 직상장과 우회상장을 놓고 고심한 끝에 당장 공모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판단하에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제이시스메디칼은 지난해 유안타제3호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2009년 상장 통로 확대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 도입됐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일반 상장과 달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산정하지 않는다. 자산과 수익 등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합병 비율과 합병가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에 예비 상장 기업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헐값에 상장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의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바이오 기업의 IPO 시도는 최근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부터 번번이 막히는 분위기다. 1월 한국의약연구소, 2월 퓨쳐메디신에 이어 6월 넥스트바이오메디컬도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 디앤디파마텍은 7월 심사 미승인 결과를 받았다. 

또 최근 보로노이, 에이프릴바이오 등 IPO 대어로 꼽히던 기업들이 처음 제시했던 공모가 희망 범위 최하단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몸을 낮춘 후에야 증시에 겨우 입성하면서, 이를 바라본 기업들이 스팩 상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IPO로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스팩 우회상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다만 직상장에 비해 상장 절차와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만 홍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자금 조달 규모도 적은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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