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이커머스 시장 판이 커지면서 가품을 둘러싼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정품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가품이어서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들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가품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브랜들에게도 점점 골칫거리다. 가품을 방지하면 브랜드 명성에 크게 금이 갈 수 있는 만큼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에이전시들을 고용해 가품을 퇴치하는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작업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방식으로 가품에 대응하기는 버거운 상황이 됐다. 가품 1개를 찾아 내면 새로운 가품이 몇 개가 더 나오는 장면들이 수시로 연출되고 있다.

변리사들이 공동 창업한 페이커즈는 AI 기술을 활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브랜드들이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회사임에도 이미 구찌와 샤넬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급 브랜드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름 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곳들을 고객으로 잡은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것이 페이커즈 입장이다. 이재규 페이커즈 부대표와 현재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이재규 페이커즈 부대표.
이재규 페이커즈 부대표.

가품 문제와 관련한 뉴스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특정 브랜드들의 경우 포털에서 상품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페이지 10개에서  40~50%가 가품들일 정도다. 몇년 전만 해도 브랜드들은 에이전시들을 고용해  수작업으로 가품을 찾은 뒤 플랫폼에 신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가품이 너무 많다.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 넘은 상황이다.

페이커즈를 통하면 어느정도 빨라지나

사람이 하면 2만 시간 들어갈 일을 페이커즈는 AI로 8시간 정도에 해결한다. 또 3개월 이내 90% 이상 가품 행위를 제거할 수 있다. 4~5년 전부터 AI로 가품을 찾아내는 기술이 필요하겠다 싶어 개발에 착수했고 2020년 페이커즈를 설립했다.

어떤 방식으로 가품을 찾아내고 대응하는가?

 페이커즈는 가품 판정을 위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수집된 데이터들을 종류별로 수치화하고, 판매 중인 플랫폼 특성과 상품 종류에 따라 가중 평균을 계산해 최종적으로 가품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개별 건들이 모여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 수록 가품 고유 특이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어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페이커즈는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에서 장기간 잠복해 판매되는 다수 가품 셀러들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고객들 반응도 좋다. 시스템 탐지 정확도 및 속도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가고 있다. 

정확도는 어느정도인지..,

로직들을 개선하면서 지금은 99.9% 정확도를 갖췄다.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서 조건들에 대한 정확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페이커즈 AI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가품 관련해 AI에 적용하는 조건들은 정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건들에 따라 탐지 건수가 확 달라진다. 페이커즈는 변리사들 주도로 설립됐다. 상표 침해 관련 업무를 해왔던 이들이 운영하는 만큼, 가품임을 판별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AI와 결합해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조건들은 단순한 것들도 있지만 관련 업무 경험이 없으면 만들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이 부분이 핵심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가품 셀러들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페이커즈는 여러 계정들을 통해 가품을 판매하는 특정 셀러 DB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명품 관련 셀러 DB들은 거의 다 확보했다고 본다.

탐지하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국내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SNS들, 여기에 500여개 중소형 쇼핑몰들에 올라 오는 가품 정보들을 커버하고 있다. 밴드 같은 SNS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가품을 탐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처음에는 SNS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SNS에서 가품을 보다 잘 탐지할 만큼 기술이 고도화됐다.

AI로 가품을 찾아내는 여러 솔루션들이 이미 나와 있다. 페이커즈가 다른 점은?

가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탐지는 여러 프로세스들 중 하나다. 브랜드들은 탐지한 결과를 확인하고 올라와 있는 플랫폼에서 없애 달라 신고도 해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들고 번거로운 일이다. AI로 탐지하면 한 달에 결과를 3만건 보내기도 하는데, 브랜드 담당자들이 이걸 다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감안해 페이커즈는 탐지 뿐만 아니라 확인 및 신고 관련 업무도 모두 진행해 고객들에게는 결과 보고서만 제공한다. 고객들이 가품 관리에 들어가는 품을 크게 줄이고 전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신고 업무 자동화 수준은 어느 정도 되나?

완전 자동화한 수준은 아니다. AI로 탐지한 결과 및 신고 절차를 미리 카테고리화해 수작업을 절반 정도 줄였다고 보면 된다.

어떤 기업들이 페이커즈 AI를 도입했는지...

현재 20개 정도 고객사를 확보했다. 올해의 경우 경쟁 입찰을 통해 샤넬과 구찌를 고객으로 확보한 점이 큰 성과다. 두 브랜드 모두 가품 통제 관련 프로세스가 가장 정교한 곳들로 꼽힌다. 특히 다른 회사를 통해 가품 탐지 업무를 하다 페이커즈 AI로 바꾼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명품 외에 페이커즈 AI를 도입하는 중급 브랜드들도 요즘 늘고 있다.

중급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가품은 심각한 문제인가?

그렇다. 요즘은 배럴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K브랜드들이 많다. 이런 브랜들에게 가품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명품 브랜드를 가품으로 산 이들은 진품과 가격차가 많이 나다 보니 품질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지만 중급 브랜드는 다르다. 진품과 가품 간 가격차가 얼마되지 않다 보니 살 때부터 진품으로 오해하고 가품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가품 품질이 좋지 않을 경우 해당 브랜드에 고객들 항의가 몰릴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다. K-콘텐츠가 뜨면서 K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높아졌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K-브랜드들도 늘었다. 이들 브랜드에 가품 관리는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현재 B2B 계약 방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SaaS로 구현할 계획은?

지금도 고객들은 콘솔을 통해 가품 데이터 현황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로 확장하려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로드맵을 갖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솔루션에 대한 테스트 기간이었다. 올해 샤넬 등과 계약하면서 솔루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은?

고객을 크게 늘리는 것이 목표다. 처음 고객을 10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솔루션을 팔려고 하면 많은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을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기가 쉬워졌다. 영업과 마케팅의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명품을 넘어 앞으로는 중급 브랜드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다. 보다 많은 브랜드들을 관리하려면 시스템 효율성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정적으로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플랫폼들과의 협업도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다. 국내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모두 내부에서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도 가품을 먼저 찾아내는 전담팀을 두고 있다. 여기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페이커즈를 통해 가품 관리에 들어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페이커즈는 플랫폼들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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