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13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IT·게임업계 전반에 장시간 노동이란 의미로 통하는 크런치모드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시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주 52시간제 내에서 연장 근로시간 및 선택적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 대해 야당과 일부 학계, IT분야 종사자들은 윤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했다.

13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판교에 오징어잡이 배가 다시 뜬다!'가 개최됐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김형렬 가톨릭의대 전문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노조 IT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증언자로 참여한 오세윤 위원장은 "IT 산업이 판교의 오징어배라고 불리는 이유는 크런치 모드라고 불리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때문에 과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IT 업계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IT 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많이 발생하는 건 서비스나 게임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이 성공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오롯이 노동자에게 소위 말하는 가라노동으로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포괄임금제로 인해 이러한 구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괄임금제는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다보니 노동시간 계산 자체를 안 하게 된다“며 ”노동시간 측정을 안 하니까 얼마나 일했는지도 모르고 긴 시간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화섬노조 IT 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성남 지역 IT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여전히 60% 이상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IT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 90.63%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연장 근로시간의 단위 기준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8%는 현행 최대 주 52시간제에 대한 근로시간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윤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정경은 민주노동 연구위원은 “노동시간 단축 취지를 거스르는 노동시간 유연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 근무 비율이 법개정 전후로 줄어들고 있지만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전문의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노동 시간 유연화는 불규칙한 노동시간이라는 문제와 장시간 노동이라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동반되지 않는 노동시간 유연화도 노동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정흥준 교수는 “연장근로시간을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변경하게 되면 1주에 12시간씩, 정확하게는 한달이 4주가 아닌 4.345주이므로 4.345x12시간=52.12시간을 몰아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즉 한주에 법정노동시간 40시간에 더해 최대 92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 48시간 상한제 도입,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 휴일 휴가 확대 등 추가적인 노동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폐지, 근로자대표제도 정비, 특별연장근로에 대한 제도개선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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