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각 사의 명예를 걸고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이통3사가 불법 보조금 근절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불법 보조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이통3사가 그 책임을 유통점에 떠넘기는 듯한 내용이기 때문.

통신3사가 20일 내놓은 방안은 자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는 유통점을 집중 관리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겠다는게 주된 내용. 따라서 이통사가 이번에 제시한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 왼쪽부터 SK텔레콤 윤원영 마케팅 부문장, KT커스터머 임헌문 부문장, LG유플러스 황현식 MS 본부장.

◇불법 보조금 사태 주범이 대리점?
이날 이통3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시장 안정화 방안을 공동 발표하고, ‘공정경쟁 서약’을 실시했다. 공동 선언문을 살펴보면 이통3사가 내놓은 6가지 실행 방안 중 3가지는 유통점을 단속해 불법 보조금 근절을 도모하고, 나머지 3개는 제조사와 미래부 방통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통3사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통신3사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과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일체 중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통망 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위반행위를 하는 유통점에 대해 전산차단을 통한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본사 차원에서는 이동통신3사가 공동 참여하는 시장 감시단을 운영해 이통3사 및 유통망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통사가 이미 각 사별로 시장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공동으로 감시단을 꾸려 자율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다. 위반시 법에 따른 제재를 정부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신3사가 유통점 단속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겠다는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유통점의 보조금 지급 경쟁을 부추기는 인센티브 제도 폐지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들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종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재고떨이나 자체 이벤트로 보조금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며 “최근 123이나 211대란 등은 이통3사의 점유율 싸움 때문에 발생했는데, 본사에서 정책을 공지하지 않으면 우리도 보조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감시단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 규모, 시기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텔레콤 윤원영 마케팅 부문장은 “정확한 일정은 오늘 제시하지 못했지만 3사가 조속히 해당 방안을 충실히 시행할 것이다”며 “공동 시장 감시단은 이통사가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방통위와 협의해 조만간 별도의 실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장 안정화 방안이 유통점에만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윤원영 마케팅 부문장은 “이통3사가 보조금 경쟁을 종결하는데 유통점이 같이 노력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 본사에서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취지”라며 “이통3사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불법 보조금 근절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드렸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 ‘CEO 처벌론’에 “뭔가 내놓긴 해야겠는데...”
이통3사가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아직 윤곽만 나온 상태다. 6개 방안 중 구체적인 일정, 규모, 방식 등이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이같이 이통사가 다소 급하게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미래부가 불법 보조금 근절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의 이번 방안은 지난 6일 미래부 최문기 장관과 통신3사 CEO업무협력 간담회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최문기 장관은 이통3사 각 CEO를 불러 시장 안정화를 주문했고, 이에 통신사는 “불투명한 불법 보조금 지급 근절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대국민 선언’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미래부는 향후 보조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통3사 각 CEO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래부 통신정책국은 “보조금 경쟁이 또 일어나면 정부의 시정 명령 불이행으로 이통3사 CEO에게 벌금 1억5000만원, 징역 3년 이하의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조금 출혈 경쟁이 각 사 CEO의 거취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이통3사가 서둘러 방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통3사는 각 사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시장 안정화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통3사의 이번 대책이 그들이 내세우는 ‘본원적 서비스 경쟁’의 계기가 될지, 정부의 엄포를 피해가기 위한 ‘보여주기 마케팅’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