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1 FE [사진 : 삼성전자]
갤럭시S21 FE [사진 :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삼성전자의 준(보급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FE(팬에디션)’의 출시가 보류되면서 갤럭시S FE 단종설이 나오고 있다.

올해 유럽 등에서 출시된 갤럭시S21 FE의 경우 5G를 지원하는 보급형 프리미엄 제품으로 먼저 출시된 갤럭시S21의 부품 소진을 위해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다. 사실상 갤럭시S21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에서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갤럭시S22 시리즈와 역(逆)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이란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갤럭시S21 FE는 성능 대비 가격, 즉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역으로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FE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지 않고, 중저가폰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 시장에만 출시했다. 하지만 갤럭시S22 FE 출시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올해 '갤럭시S22 FE'를 출시를 보류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더 이상 FE 모델이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갤럭시S FE는 기존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프리미엄) 라인업의 기능과 디자인은 일부 유지하지만 램(RAM)이나 카메라 등 일부 부품 사양을 낮춰 가격부담을 줄인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2년 전 ‘갤럭시S20 FE’를 시작으로 FE 브랜드를 정규 제품군에 포함한 상황이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로 부품 소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및 이벤트성으로 출시됐던 FE가 이제는 삼성전자의 주력폰으로도 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S21 FE를 주력으로 내세우면 스마트폰 출하량과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지만, 애플에 비해 브랜드 가치 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폴더블 라인업인 갤럭시Z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됐다. 

갤럭시S21 부품 소진도 FE 출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갤럭시S1 판매량이 부진하기 때문이었다. 갤럭시S20의 경우 제품 차별화 실패와 코로나19 여파로 역대급 부진을 기록했었다.  (관련기사/방통위 칼날 무뎌졌나?... 갤럭시S20 벌써 '재고떨이') 갤럭시S20 흥행 부진이 FE 브랜드 정규 제품군화에 시발점이 된 셈이다. FE의 원조 갤럭시노트 FE는 배터리 폭발로 인한 부품 소진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갤럭시S20 FE의 출시 이후 한 달 판매량은 2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20 FE는 미국 유럽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첫 해에만 500만대 이상 팔렸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CES 2022에서 갤럭시S21 FE를 공개했으나, 한국에서는 출시하지 않았고 유럽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만 출시했다. 원래 갤럭시S21 FE는 지난해 하반기 양산 및 출시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과 코로나19로 인해 생산공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생산·출시 일정이 미뤄졌다. 일각에선 갤럭시S21 FE 취소설 및 전면 재검토설까지 나왔지만, 중저가폰이 강세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 FE 출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유럽 시장은 화웨이 등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웨이 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저가 라인업 대공세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중저가 5G폰 등 지역 맞춤 공급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FE의 출시를 보류한 것은 유럽에서 흥행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품 수급난으로 갤럭시S21 FE 출시가 늦어져 갤럭시S22 출시일과 큰 차이가 안났다는 점은 앞서 설명한 대로 역(逆)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갤럭시S FE의 경우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와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A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인기가 시들어 진 것으로 풀이된다. 샘모바일은 “갤럭시S FE가 가성비 측면에서 매력을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A 시리즈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점도 FE 단종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명 IT 팁스터(정보 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는 트위터에 “삼성이 갤럭시S FE 시리즈를 단종시키는 것과 상관없이 (FE 시리즈가) 애초에 탄생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갤럭시S FE의 출시가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를 다운그레이드 시킨다”라고 개인적 의견을 전했다. 

애플은 아이폰SE, 구글은 픽셀 6a 등을 내놓으면서 보급형 프리미엄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에는 폴더블폰 라인업인 갤럭시Z 브랜드가 있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라인업 확대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판매량,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한층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에 새로운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를 공개할 예정이다. 갤럭시Z폴드4는 화면 비율을 변경하고, 카메라 성능을 전작보다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 모두 전작에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면서도 경쟁력을 감안한 가격을 책정해 폴더블폰 시장 활성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3.5% 감소한 13억1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부품 공급 및 생산 또한 차질을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2억9500만대에서 2억800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S FE 단종설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갤럭시S21 FE의 판매가 부진하니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FE 출시를 보류하면서 단종설이 흘러나온 것 같다”며 “갤럭시S FE의 경우 포지션이 애매하다. 가격도 80만원~90만원대로 중급형 스마트폰 치고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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