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CATL 배터리 공장 [사진: CATL]
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CATL 배터리 공장 [사진: CATL]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선두인 중국 CATL이 유럽, 미국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K배터리와 불꽃 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중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CATL이 K배터리에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CATL이 LFP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K배터리 주력인 하이니켈 삼원계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에너지밀도를 크게 올리는 셀투팩(CTP) 기술을 LFP에 이어 하이니켈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여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CATL의 하이니켈과 CTP 기술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바가 없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CATL이 이미 하이니켈 배터리 제조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기술적 보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해외 시장 경쟁은 아직 시기상조란 견해가 다수다. CATL이 아직 해외 현지 공장 가동 경험이 적은 만큼 당장 K배터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방 호랑이' 오명 벗으려 내수서 해외 진출 박차 

최근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는 내수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CATL은 2020년 초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3위(SNE리서치 기준)였지만 같은해 하반기 고속 성장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32.6%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고, 올해 1분기도 35%라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CATL은 내수 시장에서만 활약하는 '안방 호랑이'란 꼬리표도 떼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도 2020년 대비(5.7GWh) 237.4%가 늘어난 19.1GWh로 크게 확대됐다. 1위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54GWh)과 2위 파나소닉(35.5GWh)과 격차가 크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CATL의 저력은 테슬라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도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생산한 전기차의 절반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지난해부터 LFP 배터리를 모델3, 모델Y 스탠다드 전 라인업에 탑재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다. 테슬라에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CATL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CATL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독일 튀링겐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었고, 올해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 50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80GWh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주력 LFP서 하이니켈 삼원계로 라인업 확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CATL은 최근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출시를 공식화했다. 3세대 CTP 배터리 '기린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

CTP는 셀-모듈-팩으로 구성된 전기차 배터리팩 중 모듈을 생략한 기술이다. 팩 내부에 모듈이 빠지면 그만큼 배터리 셀을 더 많이 탑재할 수 있게 된다.

CATL은 3세대 CTP 배터리팩에 두 개의 배터리 셀 레이어(Layer) 중간에 적용된 수냉식 플레이트를 적용한다. 수냉식 플레이트는 인접한 셀 열 차단으로 열 폭주를 막는 냉각 기능, 기존 모듈이 담당하는 충격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한다.

CATL은 기린 배터리를 LFP와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두 라인업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CTP기술이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에 적용되면 kg당 에너지 밀도는 각각 160Wh/kg, 250Wh/kg 수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CATL은 과거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을 시도하다가 화재로 인해 개발을 중단했다. 그러다 바이든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 드라이브로 북미 시장이 커지고, 전기차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자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CATL이 삼원계로 라인업을 넓히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게 위협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업체가 주도권을 쥔 하이니켈 기술을 CTP 기술로 대응, 이에 맞먹는 에너지밀도를 확보하면 기술 격차를 좁힐 수도 있다는 견해다.

CATL 독일 튀링겐주 배터리 공장 [사진: CATL]
CATL 독일 튀링겐주 배터리 공장 [사진: CATL]

기술 격차 좁혀질 우려에 "시기상조지만 방심은 금물"

업계는 CATL의 하이니켈 배터리 출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예전부터 CATL이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을 준비해왔고, 당장 출시된 게 아니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ATL의 에너지밀도 향상 기술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CTP 기술이나 차체에 배터리를 내장하는 셀투샤시(Cell to Chassis) 기술이 화재 위험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듈은 개별 배터리 셀을 외부 충격, 열 등으로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모듈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배터리팩의 안전성이 낮아진다. 자동차가 외부 충격이나 날씨 변화 등 가혹한 환경에 쉽게 노출되는 걸 고려해본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어져 발화 위험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가 육면체 구조로 NCM, NCA 대비 화재에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내부 물질이 가연성이기 때문에 외부 스트레스나 내부 결함이 발생하면 결국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ATL이 해외 공장 운영 경험치가 낮은 점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중국 업체들은 값싼 중국 내 인건비와 탄탄한 원재료망, LFP 기반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해왔다. 이에 반해 유럽 등 해외는 인건비가 높고 화재 안정성 문제, 신공장 가동에 따른 배터리 수율 안정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중국과 환경이 크게 다른 만큼 이미 선제 진출한 K배터리의 경쟁력을 빠르게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공장을 운영해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현 SK온)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해외 공장 운영 노하우가 많지 않다. 배터리 수율 안정화와 현지 고객사 확보, 수익성 방어 등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굴기 지속에 기술 추격 속도가 빠른 만큼 방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이미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를 많이 따라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언제든 경쟁 우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