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부활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이 약 65%로 나타났다. [사진: 테라 스테이션]
테라 부활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이 약 65%로 나타났다. [사진: 테라 스테이션]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테라 네트워크가 부활한다. 하지만 재출범한다 해도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져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찬반 투표에서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시장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테라 블록체인 지갑 사이트 테라스테이션에 따르면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을 만들어 테라 블록체인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테라 체인은 테라클래식으로, 기존 루나(LUNA)는 루나클래식(LUNC)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체인 테라에서 루나가 발행된다. 루나는 루나클래식 스테이커들(stakers), 루나클래식 보유자들, UST 보유자들, 테라클래식 개발자들에게 에어드롭(무상배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새 테라는 완전히 커뮤니티가 소유하게 되는 체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 계획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는 테라 생태계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만 참여가 가능하다. 루나 보유량이 많을수록 투표권도 커지는 구조다.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8시 20분께 투표가 마감됐다. 총 투표율은 83.27%로, 이중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65.50%에 달했다. 20.98%가 기권을, 13.20%가 거부권(No with veto)에 표를 던졌다. 반대는 0.33%에 그쳤다. 테라의 신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27일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정식 투표에서는 투표권이 루나 보유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과 이전에 테라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아고라' 내 리서치 부분에 올라온 테라 부활 계획에 대한 사전투표 결과에 따르면 반대가 91%나 된다. 이 투표는 해당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투표 참여가 가능했다. 

이로써 논란 속에 테라 생태계가 재탄생하게 됐다. 아직 테라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앞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라 부활 계획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관련해서 그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하드)포크(fork)함으로써 어떠한 가치를 주지 못한다. 희망사항일뿐"이라며 "온체인과 오프체인 모두에서 특정 시점 이후의 모든 거래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했다. 

다섯 번째로 많은 투표 권한을 가진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서비스 기업 DSRV(2.87%)는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DSRV의 김지윤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계획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포크를 하는지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커뮤니티가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인가다"라며 "기존 체인을 최대한 유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한 이후, 테라폼랩스(TFL)이 떠난 커뮤니티 기반의 체인으로서 지금 체인이 그대로 유지되는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테라 부활 계획을 하드포크로 인지하고 있는데, 최근 테라 측은 기존 체인의 역사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하드포크가 아닌 '새로운 체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포크(Fork)는 블록체인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두 갈래로 쪼개지는 것을 의미하며, 하드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불가능한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해석은 다를지라도 새로운 테라가 탄생함에 따라, 이에 찬성을 하지 않은 이들의 테라 생태계 존속 여부도 주목된다. 네 번째로 많은 투표 권한을 가진 국내 블록체인 벤처캐피탈 '해시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새 테라 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이 발행된다 해도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사들이 적어 재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루나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테라폼랩스의 권 CEO 고소에 나선 데다 금융감독원은 연계 지급결제서비스 업체인 차이페이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테라를 둘러싼 신뢰가 무너져 해당 가상자산의 거래를 지원하는 곳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재출범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비관전 전망이 나온다. 

국내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테라 꼬리표를 단 가상자산이 국내에서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에서는 신뢰성과 수익성이 중요한 사항일텐데, 해당 가상자산은 신뢰성 측면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 이를 상쇄할 만큼의 수익성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테라가 고객 타깃을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고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특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이도 있다. 블록체인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테라의 SNS 팔로우를 비롯 커뮤니티가 (사태) 이전보다 4배로 뛰었는데, 높아진 주목도가 새 체인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보고 있다"며 "또 글로벌 시장에서 봤을 때 이전에 오스모시스가 중앙화된 거래소 상장 없이 탈중앙화거래소에서 활성화가 잘 된 경우도 있어, (중앙화된 거래소의) 상장 여부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상=디지털투데이 디퍼뉴스 데일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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