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수경 기자] 카카오가 모바일 지불결제 사업의 핵심인 월렛(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든다. 카드사와 이통사,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뛰어든 전자지갑 시장에 국내 최대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가 새롭게 진출함에 따라 국내 월렛시장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은행공동 전자지갑 ‘뱅크월렛’을 서비스하고 있는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뱅크월렛 카카오’를 올 상반기 내로 출시한다.

카카오는 ‘뱅크월렛’서비스 중 선불충전카드인 ‘뱅크머니’를 카카오톡과 연결한다. 카카오 계정으로 ‘뱅크월렛 카카오’에 가입한 뒤, 기존 ‘뱅크월렛’ 가입절차대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을 활용해 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이후 카톡친구를 선택하고, 선물할 금액을 입력한 뒤, 핀(PIN) 번호 6자리로만 간편하게 소액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NFC가 탑재된 스마트폰일 경우, 스마트폰끼리 터치로 카톡 친구에게 P2P 송금도 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은 뱅크월렛 카카오에 모바일 및 NFC 결제 기능도 탑재해나갈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뱅크월렛 캡쳐 화면

지난해 3월 금융결제원이 시중은행 18개와 손잡고 내놓은 ‘뱅크월렛’은 여러 은행의 현금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모바일 현금카드’와 충전식 선불카드인 ‘뱅크머니’가 핵심 기능이다. 출범 당시 하나의 연맹체를 구축해 전국 7만5000개의 CD•ATM기를 열고, 결제 고객을 공유하는 등 막강한 경쟁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뱅크월렛’은 아직도 충분한 이용자를 불러모으지 못했다. 현재 구글 플레이 마켓 기준 뱅크월렛(SKT/KT) 앱 다운로드 수는 약 1만2000건에도 못 미친다. 대중이 모이는 대표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표>각 은행별 뱅크월렛 기능 지원 여부

모바일현금카드
뱅크머니
은행(2014.03.10 기준)
O
O
5개(NH농협, 대구은행, 부산은행, 우리은행, 제주은행)
O
X
10개(경남은행, KB국민은행, 기업은행, SH수협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KEB외환은행, 전북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X
X
3개(KDB산업은행, KJB광주은행, 에버리치)

또한, 앱 기능과 완성도가 떨어져 소비자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현금카드’와 ‘뱅크머니’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는 은행은 18개 중 5개에 불과하다. 13개의 은행은 아직도 ‘뱅크머니’를 지원하지 않거나, 온라인 쇼핑몰 결제도 불가능하다.

이에 금융결제원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지닌 카카오를 통해 앱의 완성도를 높이고, 사용자를 확보해 전자지갑 시장의 포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 가입자 3600만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일 이용자수(DAU)는 3200만 명에 달하는 막강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카드사에 없는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표>국내 전자지갑 서비스 현황

구분
서비스
이통사
스마트월렛(SK플래닛), 스마트월렛(LGU+), 모카(KT)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 월렛(삼성전자), 구글월렛(구글)
카드사
와이즈 월렛(KB국민카드), 신한 스마트 월렛(신한카드)
은행
하나N월렛(하나은행), 주머니(신한은행)
유통사
홈플러스 스마트 앱(홈플러스), 캐시비(롯데), 팝티머니(GS리테일)

특히 각 업계가 경쟁적으로 전자지갑을 출시하며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금융결제원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뱅크월렛 서비스를 연동해 사용자를 늘리고, 카카오도 카카오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제공받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와 금융결제원 측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오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해줄 수 없다”며,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통해 검증과정을 거친 뒤, 올 상반기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고만 밝혔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충분한 거래량 확보와 은행과의 원활한 수수료 협상, 그리고 모바일 보안 등이 관건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권 최초로 SK컴즈의 네이트온과 맞잡고 메신저뱅킹인 ‘미니뱅크’를 도입한 바 있으나, 미비한 거래량과 수수료 문제로 채 3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9년 2월 당시 인터넷뱅킹 거래액 중 미니뱅크의 이체건수는 1만4160건, 금액은 69억원으로 전체 인터넷뱅킹의 0.088%에 그치는 등 이용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팀 김정혁 팀장은 “뱅크월렛 카카오의 경우 기존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보안성을 갖춰야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향후 뱅크월렛 카카오가 출시되면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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