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오는 13일 이통3사의 영업정지가 임박한 가운데, 알뜰폰(MVNO)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는 기존 이통3사가 정상적인 영업이 금지된 만큼 상대적으로 알뜰폰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알뜰폰 우회 영업을 통해 제2의 보조금 경쟁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 "기회는 지금"  알뜰폰 업계, 기대감 ↑
전반적으로 이동통신 업계는 이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영업정지가 알뜰폰 업체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영업정지가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기변경도 금지하는데 이런 부분을 알뜰폰이 상당부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우체국 알뜰폰, 대형 마트 알뜰폰 등 일반 소비자의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상승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여러 알뜰폰 업체들이 다양한 결합 상품과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해도, 보조금 대란이 한 번 발생하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소비자들이 보조금에서 한 발짝 물러나 통신 서비스만 놓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가입자를 붙잡는데 효과가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알뜰폰 단말이 진열된 모습.

실제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알뜰폰 업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우선 우체국 알뜰폰은 10일부터 3기 우체국 알뜰폰 상품을 구성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기 상품과 다르게 LTE 망내 무제한 상품을 2개에서 5개로 늘렸으며, LTE스마트폰도 2~3개 수준에서 6개로 확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판매점을 가지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에넥스텔레콤, SK텔링크 등은 단가표를 영업정지에 맞춰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며 "전반적으로 단말기 조달 등도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면서도 "다만, 올해는 기존과 달리 2개 사업자가 동시에 영업정지를 하기 때문에 남은 사업자가 대놓고 보조금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는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증권가 또한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신영증권 최윤미 연구원은 "이번 영업정지 강도가 과거보다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점유율 유지를 위해 이통3사가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에게 편의성을 더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알뜰폰 우회 영업에 '촉각'
반면 알뜰폰이 또 다른 보조금 경쟁 근원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알뜰폰이 기존 이통사의 우회 영업 통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자회사 SK텔링크를 통해 자사 가입자를 모집하는 편법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월부터 3월 순차적으로 이통3사 영업정기 기간에 SK텔링크의 가입자가 대폭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 수치를 살펴보면, SK텔링크는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인 1월과 2월 전체 번호이동 1만5046건을 기록하며 전월대비 229%를 달성했다.

신규 가입자는 월평균 2만~3만명을 훌쩍 넘는 6만명을 기록했다. 3월에는 오히려 전체 번호이동 건수가 3908건으로 전월비 229% 하락했다. 이는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가 1~2월에는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3월 상승한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실제 시장에는 SK텔링크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CJ헬로비전의 보조금 투입이 포착되기도 했다.

▲ 출처 = KTOA

이에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자회사 SK텔링크를 통해 우회 영업을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실제로 방통위가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미래부는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알뜰폰을 통한 우회 모집, 자사 가입자 모집을 위한 부당 지원 등은 일절 금한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통사 당 대리점 및 판매점이 전국 1만9000개 규모로 정부가 이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과 같이 점유율 방어전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정면 승부에서는 알뜰폰 업체가 이통3사에게 질 수 밖에 없지만, 영업정지 기간을 통해 스팟성 보조금으로 기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기업 계열사 알뜰폰 업체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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