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HCN)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일각에서 폐지됐던 합산 규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유료 방송 시장은  KT 계열과 2위 사업자간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KT 계열은 작년 하반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35.58%로 작년 상반기 대비 3.68%포인트 늘었다. LG 계열(LG유플러스 + LG헬로비전)은 25.33%로 0.05%포인트 상승했고, SK 계열(SK브로드밴드 IPTV + SO)은  25.03%로 0.2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하반기 SO(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을 발표했다. 사업자별로 보면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HCN) 가입자가 1268만명(35.58%)를 차지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KT 계열은 케이블TV 사업자인 HCN을 합병한 이후 가입자 확보에 가속도를 끌어 올렸다. KT 계열은 전년 상반기 대비 148만명의 가입자를 더 끌어모았는데, 이 효과로 KT 계열이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전 영역에서 상승세를 기록하며, 2위인 LG유플러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10.25%포인트로 더 벌렸다.

예전에만 해도 유료 방송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M&A와 집합건물 위주 가입자 확보, 결합상품 효과로  KT 계열은 6개월 만에 점유율을 3%포인트 이상 늘렸다.

 KT 계열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 점유율을 3분의 1(33.3%)선으로 제한하는 합산규제가 지난 2018년 폐지된 이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HCN을 인수할 때 인허가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별한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다.

 과기정통부의 KT스카이라이프 HCN 인수 조건을 가장 비슷한 사례인 LG유플러스-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조건과 비교해보면 ▲인수 후 3년 동안은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이 각각 별도 법인으로 운영해야 하고 (3년간 양사 합병 금지) ▲통신 분야에서 필수설비 제공 보고 의무화 등이 더해졌다.

공정위의 경우 케이블방송(SO)의 요금 인상 제한, 채널 임의 감축 제한, 저가형 상품의 고가형 전환 금지 같은 조건만 붙여 지난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설명한 조건 외에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및 홈쇼핑 PP와의 대가·채널번호 협상 시 별도 협상 의무화 및 ▲유선통신(초고속인터넷, 시내전화, 인터넷전화)과 케이블TV 간 결합상품의 경우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은 신규 가입·계약 갱신 시 1회에 한해 결합해지 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3년간 합병 금지 조치는 이례적 조건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LG유플러스-CJ헬로 심사 때는 3년간 인력 감원(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통 합병 이후 인력 감원이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의 경우 사실상 올해(2022년) 말까지 합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3년간 합병 금지 조치는 LG유플러스 M&A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통신 분야에서 과기정통부는 현대HCN이 KT로부터 제공 받은 설비 현황(필수설비)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반기별로 보고하게 했다는 조건을 붙였다.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때와 SK텔레콤-티브로드 합병과는 분명 다른 조건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설비제공 보고 의무화로 KT가 현대HCN에 부당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설비를 제공해 현대HCN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결합상품 판매 확대로 이어질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 방송 업계 일각에선  KT 독주 체제가 강해질 것이라며 합산 규제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사실상 KT계열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합산 규제가 폐지되고 스카이라이프가 HCN을 인수할 때부터 KT 계열의 독주는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라며 “심지어 과기정통부는 스카이라이프의 HCN 인수를 승인할 때 가입자 모으기 금지 등 강력한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다.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KT 계열로 쏠리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다시 합산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를 폐지 할때 KT 독주를 방지 할만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아 예견된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관련 규제 논의가 필요하고, 그 이전에 과도한 현금경품 살포와 같은 불법행위라도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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