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팬데믹이 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치료제 개발이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가운데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백신 혹은 치료제 임상 허가를 받고 개발에 나선 기업은 약 30곳이다.
백신 분야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9일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 ‘GBP510’에 대한 국내 품목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식약처 승인이 나면 국내 첫 코로나 백신이 된다. 식약처도 이르면 6월 중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HK이노엔, 제넥신 등 백신 개발에 나선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코로나 백신 임상을 자진 중단했다.
치료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GC녹십자,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해 현재 유의미한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은 몇 곳에 불과하다.
GC녹십자는 지난해 6월 식약처에 제출한 코로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취하했다. 일양약품과 부광약품도 먹는 치료제 개발에 손을 뗐다. 큐리언트도 지난 2월 임상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글로벌 2상을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발을 포기한 국내 기업들은 부족한 기술력에도 주가를 띄우기를 위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이어가는 업체들도 있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낼 곳은 일동제약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먹는 코로나 치료제 ‘S-217622’ 임상 2·3상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임상은 시오노기가 맡고, 국내 임상은 일동제약이 맡는다. 국내 임상은 2b상/3상 200명 규모로 진행된다. 2b상의 경우 환자 모집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일본 허가와 관련된 법안이 일본 의회 문턱을 넘으면서 상용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참의원(상원)은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의약품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의약품 임상 중간 단계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돼 효과를 추정할 데이터가 모이면 의약품 사용을 허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일본 후생노동성은 해외에서 승인받은 의약품의 심사 절차를 생략하는 조기승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일본에서 개발한 약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오노기제약은 지난 2월 일본 당국에 S-217622 조건부 허가 신청을 했지만 당국 승인이 지금까지 나지 않았다.
통과된 법안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도중이라도 안전성 등이 충분히 확인되고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긴급사용승인 형태로 시판 승인을 할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조만간 일본에서 조건부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가 나오면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승인 신청에 나서겠다”며 “일본에서 승인이 난 뒤 3개월 정도 지나면 한국에서도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대웅제약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 임상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흡입형 천식 치료제 ‘UI030’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CP-COV01’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고 이달 11일 투약을 시작했다.
당초 현대바이오는 2a상과 2b상으로 나눠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참여자를 120명에서 300명으로 늘린 통합 2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임상시험 기관은 베스티안병원 한 곳이다. 지난달 초 베스티안병원 임상연구심사위원회(IRB) 승인이 떨어졌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대행기관인 디티앤씨알오(Dt&CRO)와 긴밀히 협조해 임상 참여 환자를 모집해 투약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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