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권도형 CEO 링크드인]
[사진: 권도형 CEO 링크드인]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가상자산 테라USD(UST)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권도형 CEO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한국 법인인 테라폼랩스코리아를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코리아는 2022년 4월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부산 본점과 서울 지점에 대해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5월 4일 테라폼랩스코리아 본점이 청산됐으며 6일에는 서울 지점이 청산됐다. 법인등기부 기록에 따르면 청산인은 권도형 CEO로 명시돼 있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를 발행하기 위해 권도형 CEO와 신현성 티몬 창업자가 만든 법인이다. 테라는 텐더민트 기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T를 제공하고 있다. UST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와 일대일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UST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테라의 또 다른 거버넌스 토큰인 루나(LUNA)를 주면서 UST를 초과 구매토록 하는 방식이다.

의문은 테라폼랩스코리아 청산 시점이 테라 폭락사태 직전이라는 점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UST와 달러 간 일대일 가격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테라, 루나 가격이 폭락을 거듭했고 12일 기준으로 99% 가격이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해외 일각에서는 가상자산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거래소들이 테라, 루나 거래를 일시 중단하거나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13일에는 급기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테라의 루나(LUNA)를 상장을 폐지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약 1주일 전 테라폼랩스코리아가 해산을 결정하고 한국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테라폼랩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설명할 곳이 사라졌다. 권도형 CEO가 트위터를 통해서 대응 방안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또 법인등기부 기록에 따르면 테라를 함께 만들었던 신현성 티몬 창업자는 이미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신현성 창업자는 2019년 9월 26일 테라폼랩스코리아 공동대표로 취임했으며 2020년 3월 2일 사임했다. 이후에는 권도형 CEO가 계속 대표를 맡았다.

테라폼랩스코리아는 2019년 6월 21일 부산에서 1주 자본금 100원으로 설립돼 2019년 9월 26일 신현성 창업자가 합류하면서 자본금이 2억100원으로 늘었다. 이후 계속 자본금이 증가해 해산 전 자본금은 4억5000만100원이었다.

테라폼랩스코리아 등기부등본 [사진: 대법원]
테라폼랩스코리아 등기부등본 [사진: 대법원]

권도형 CEO가 설립했다는 또 다른 회사인 애니파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권 CEO는 대원외고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CEO는 자신의 링크드인에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명시해놨다. 

권 CEO는 이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다가 애니파이를 창립했고 2018년 싱가포르에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애니파이는 2015년 9월 23일 경기도 성남에서 스웜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2015년 12월 31일 애니파이로 사명이 바뀌었다. 왜 스웜코리아에서 애니파이로 사명을 바꾼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권도형 CEO는 2017년 10월 30일 애니파이 대표에서 사임했다.

권 CEO는 2015년까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밝혔으며 2015년 9월 애니파이가 창립됐는데 그 사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 근무 격력이 있다는 것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인물 정보를 소개하는 미국 골든닷컴은 권 CEO가 2015년 6월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졸업 후 애니파이 창업까지 기간이 불과 3개월인 것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가상자산에 있어서 CEO의 경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테라, 루나 코인을 소개할 때 항상 따라 붙은 수식어가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한 애플 엔지니어 출신이 만든 가상자산이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권 CEO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 출신으로 소개되고 있다.

해외 기업커뮤니티 F6S에 따르면 권 CEO의 구체적인 프로필이 나온다. F6S는 권 CEO가 2010년 9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재학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F6S에 따르면 권 CEO는 대학교 재학 중인 2012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애플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 직후인 2015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했다.

이 내용은 2015년 9월 한국 성남에서 애니파이가 만들어진 것과 맞아 떨어진다. 왜 각각 3개월 간 근무한 애플, MS 경력이 이처럼 부각된 것인지 의문이다. 또 권 CEO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추켜세웠던 주변 인물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홍보를 한 것인지 여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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