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생태계 코인들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테라 생태계 코인들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테라 생태계가 위기다. 관련 가상자산이 회복할 기미가 안보이는데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떠올리며 연쇄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규제당국에서도 이 사태를 주목하며 관련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UST는 티몬의 창업자 겸 의장인 신현성 대표와 도권(한국명 권도형)이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개발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는 텐더민트 기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T를 제공하고 있다. UST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와 일대일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UST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테라의 또다른 거버넌스 토큰인 루나(LUNA)를 주면서 UST를 초과 구매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하락장에 UST가 3일 연속으로 달러 대비 가격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서 테라 생태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2시 40분 기준 가상자산 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T 가격은 0.6755 달러대다. 전날 한때 달러 대비 0.3~0.4 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일부 회복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1달러 아래다. 

UST 가격을 방어하는 인프라로 활용되는 루나 가격의 폭락세는 더 거세다. 전날 하루에만 80% 넘게 폭락하더니 12일에도 연이은 하락세다. 루나는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는데, 이날도 34% 넘게 하락하면서 개당 5600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돼 있다는 특징을 주목받으며, 하락장 때 시장 대응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에 테라 생태계 코인들의 연일 패닉셀에 설정된 메커니즘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모양새다. 테라 창업자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고 거버넌스 조직인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도 가격 복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며 연쇄 파장을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테라 추락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먼브러더스 모멘텀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테더나 USDC도 비슷한 방식으로 붕괴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와의 비교가 시작됐다"며 "순환적 메커니즘과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 등은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의 특징인데, 이를 테라 생테계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테라발 충격 속 다른 가상자산들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에 비해 11% 넘게 하락해 2만7700 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8% 넘게 하락해 2000 달러 아래로 내려와 193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UST가 여전히 1달러 밑으로 내려와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UST가 여전히 1달러 밑으로 내려와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테라 사태를 직접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옐런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UST로 알려진 스테이블코인은 대규모 인출 사태를 겪었고 가치가 하락했다"며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상품이지만 리스크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옐런 장관은 "새로운 상품과 기술은 혁신을 촉진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디지털 자산은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어 공통된 규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급성에 대해 그는 "가상자산 관련 많은 리스크가 있어 올해 말까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블록체인협회 정부 관계 책임자 론 해먼드는 "크립토(crypto) 분야 법안들이 스테이블코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의원들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고 있지만 어떻게 접근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고, 리스크는 무엇이며, 추가 리스크가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또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회를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 셔터스톡]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 셔터스톡]

앞서 미국 규제당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여러 리스크를 지적해왔기에 이번 사태로 규제가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워킹그룹과 연방예금보험공사 및 통화감독청이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도 이 보고서를 주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과 향후 과제' 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리스크로 스테이블코인과 연동되는 기초자산의 가격 하락이나 유동성 저하 등을 계기로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통화롸 환불하는 인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이번 테라 사태와도 무관치 않다. 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인출은 다른 스테이블코인이나 유사한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다른 유형의 금융기관들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는 네트워크 에러 등으로 기능 정지 상태에 빠졌을 경우 연쇄적으로 결제 불이행이 발생할 리스크도 있다고 봤다. 

지난 4월 옐런 장관은 테더(USDT)처럼 스테이블코인 유통량과 일대일로 상응하는 준비금을 갖추고 운영되는 형태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로 바꾸고 싶을 때, 현재로서는 발행사에서 달러를 그대로 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시장이 안 좋을 때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인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USDT 발행 업체 테더는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준비금과 관련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테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몇 년 간 USDT 지원하는 준비금으로 1USDT 1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왔는데, 정부 조사 결과 이는 사실과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합의 차원에서 테더는 41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에 테라 사태로 전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이 화두로 떠오르고 규제 논의도 급물살 탈것으로 보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UST 가격이 급락하자 옐런 재무장관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언급했고, 특히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칼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며 "USDT 등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건전성 여부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테라 생태계 코인들의 급락세에 국내 거래소들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조치에 나서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은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으며 코인원에서는 테라KRT(KRT)도 유의종목으로 지정, 입출금 지원도 일시 중단했다. KRT는 원화에 1대1로 연동된 테라의 스테이블코인이다. 

영상=디지털투데이 디퍼뉴스 데일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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