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디지털 플랫폼이 다시 화두다. 차기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고 금융과 방송, 제조, 바이오, 콘텐츠, 교통, 유통, 여가 등 전 산업에 걸쳐 플랫폼으로 인한 구조 개편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플랫폼발 변화가 거세다. 플랫폼 노동,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모두 산업의 플랫폼화 속에 등장한 새로운 키워드들이다.  

플랫폼의 경계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이후 IT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를 둘러싼 국내외 거물급 회사들 간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플랫폼 파워가 커지면서 플랫폼에 영향을 미치는 곳과 플랫폼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곳들 간 긴장과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교통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디지털투데이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다양한 산업들에 걸쳐 가속화되는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급물살을 타면서 플랫폼은 이제 IT분야를 훨씬 뛰어 넘어 다양한 산업들에 걸쳐 게임의 법칙을 좌우하는 격전지로 부상했다.  

관성의 법칙에 가속도의 법칙까지 붙으면서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되돌리기 거의 불가능한 흐름으로 진화했다. 금융과 유통 등 핵심 산업들에서 힘꽤나 쓰던 거물급 기업들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과 곳곳에서 플랫폼 주도권 레이스를 벌이고 있고, 명품, 전통 시장 등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로 묶여 있던 분야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플랫폼 경제 영향권에 본격 진입했다.

플랫폼 경제 확산 속에 산업 간, 기업 간 경계의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은행이 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게임 업체가 금융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몇년 전에만 해도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들이 요즘은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정부의 플랫폼화, 미디어 국경 파괴 관심 집중

2022년 한국 경제에서 플랫폼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 더욱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강조했던 만큼,  올해는 정부와 공공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플랫폼이라 부르기엔 빈틈이 많았다. 클릭 한두번에 원하는걸 해결할 수 있는 민간 서비스들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복잡한 UI에 인증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전자정부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는 공간이었다. 여러 정권을 거치는 가운데서도 전자정부는 플랫폼으로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UX에서 민간 서비스에 뒤쳐지는 상황이 계속됐다.

차기 정부 디지털 플랫폼 전략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에 플랫폼 DNA를 버무려 대민 서비스나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이전보다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OTT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의 축소판이 됐다. [사진: 셔터스톡]
한국 OTT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의 축소판이 됐다. [사진: 셔터스톡]

이미 글로벌 경쟁 축소판이 된 한국 OTT 플랫폼 시장은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이 한창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 애플TV플러스 글로벌 플랫폼들이 지난해 대거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는 HBO맥스 등의 진출도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플랫폼들도 글로벌 공략을 목표로 몸집 키우기에 본격 나서면서 한국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OTT 업체들간 헤게모니 싸움은 역대급으로 고조되는 분위기다. 힘싸움에서 밀려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업체들이 나올 경우 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을 무대로 펼쳐지는 OTT 플랫폼 경쟁은 국내 콘텐츠 업계 입장에서 보면 제2의 오징어 게임 열풍을 몰고올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을 파괴하는 미디어 산업의 플랫폼화 속에 한국 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체급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플랫폼발 사업 체질 개선 한창...기존 기업들 환골탈태 가속

유통 시장의 경우 플랫폼 경제로 전환 속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거인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나서면서 네이버와 쿠팡으로 대표되는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은 이미 고조됐고 온오프라인 이커머스들간 합종 연횡도 가속화되고 있다.

커머스 방식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직매입 기반 이커머스와 오픈마켓 스타일을 넘어 생방송 기반 라이브커머스, 빠른 배송을 특징으로 하는 퀵커머스가 온오프라인 커머스 회사들 사이에서 격전지로 부상했다.

금융의 플랫폼화는 기존 대형 금융사들과 빅테크 간 경쟁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권이 플랫폼화를 통해 체질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지난해 12월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금융플랫폼 혁신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지난해 12월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금융플랫폼 혁신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자금력에서 밀릴 것이 없는 대형 금융 회사들은 디지털 금융 시장에선 테크로 무장한 IT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한 물량을 쏟아부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과 비교해 UX에서 여전히 밀린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선순환 구조를 갖춘 디지털 플랫폼 파워를 갖기엔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금융권은 플랫폼을 전략적 승부처로 정하고 대공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기존 서비스를 통합해 플랫폼화하거나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고위 경영진 차원에서도 플랫폼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KB금융그룹은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는 그룹 내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고객 콘텐츠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또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 전담조직인 플랫폼QC(Quality Control) 유닛은 고객 관점에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그룹, 은행 등은 종합금융플랫폼을 표방하는 것을 넘어 비금융 플랫폼 분야까지 넘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공식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해 땡겨요 관련 대출, 상품권, 전용카드, 적금 등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가칭)’도 구축되고 있다.

기업용 컴퓨팅 분야 역시 제품을 넘어 플랫폼 역량을 갖춰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쪽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컴퓨팅 인프라를 넘어 최근에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보안 영역까지 플랫폼 중심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대세론을 타는 분위기다.

메타버스와 NFT, 새로운 가상 경제 플랫폼으로 부상

산업 전반에 걸친 플랫포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새로운 격전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가 주도하는 가상 경제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 메타버스와 NFT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거점을 확대했고 이를 기반으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됐고 메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SNS, 엔터 등의 분야에서 메타버스와 접목되는 사례가 늘었고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경제적인 활동도 증가 추세다.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이 대거 메타버스를 승부수로 던졌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디즈니 등도 메타버스에 쏟아붓는 실탄을 크게 늘렸다. 국내도 네이버·카카오에 이어 SK텔레콤 등 대형 IT업체들이 대거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은 현재 중앙화된 디지털 플랫폼들의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웹3.0 패러다임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내의 경우 블록체인 전문  업체들 외에 SK스퀘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과 인터넷 분야 주요 기업들이 대거 NFT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기존과 결이 다른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의 탄생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포스트 코로나 원년으로 기록될 2022년, 한국 산업 생태계에서 플랫폼은 더욱 중량감을 갖는 키워드로 부상할 것이다. 경제와 산업 곳곳에서 플랫폼화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의 탄생과 업체간 역학 관계 변화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플랫폼 경제를 지배하는 룰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많은 이들의 일과 '먹고사니즘'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역할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플랫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재구성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