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비가 만원에 육박하고 이 배달비 때문에 식당이 망한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음식 배달 시장에는 두 가지 플랫폼이 있다. 하나는 식당과 손님을 연결하는 주문중개 플랫폼이고 또 하나는 배달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이 주문중개 서비스 플랫폼이라면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배민 라이더스'는 배달플랫폼이다.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의 배달 플랫폼은 엄밀히 말하면 배달 솔루션 프랜차이즈로 해당 브랜드를 쓰면서 실제 배달은 지역별 대행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현재 쿠팡과 배민이 도입한 플렉스는 일단 여기서 제외하자.

문제는 누가 배달비를 정하는가다. 택배배송과 달리 음식배송은 아주 작은 시장안에서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된다. 배달 플랫폼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요자인 식당과 공급자인 라이더 간의 균형을 통해 배달비가 결정돼야 한다.

수요가 많다면 배달비가 오르고 더 많은 라이더가 시장에 나올 것이다. 반대로 일감이 적다면 배달비는 하락하고 라이더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가하는 시간에 요금이 올라가는 대리운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배달비는 주문중개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배달비가 높으면 주문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도권을 위해 배달의민족은 배달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만약 배달비가 만원이라면 지금만큼 배달 시장이 커졌을까?

배달 플랫폼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요자인 식당과 공급자인 라이더 간의 균형을 통해 배달비가 결정돼야 한다.
배달 플랫폼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요자인 식당과 공급자인 라이더 간의 균형을 통해 배달비가 결정돼야 한다.

지금까지 배달비는 시장이 아니라 지역배달업체, 주문중개 플랫폼, 배달 플랫폼 간의 협상을 통해 정해졌고 라이더들은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와 같은 플랫폼이 혁신한 것은 IT시스템이었지 배달 서비스가 갖고 있는 노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에 배달의민족과 같은 주문중개 플랫폼이 배달대행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초기 '배민라이더스'의 등장은 라이더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나름 대화가 가능한 대형 기업이 생겼으니 말이다. 이 결과 배민은 무리한 인센티브 구조, 라이더들의 난폭운전, 사고 등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묘책은 없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피크타임을 감안한 요금구조가 필요하고 안전운전을 위해서도 배송비 인상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국에 따른 배달수요 폭증은 배달비를 소비자의 상상 이상으로 올려놨다.

식당들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배달요금을 보조하는데 높아진 배달비로 요금보조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 됐다. 배달서비스의 등장으로 일반식당도 유명 맛집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여기에 배달비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방문한 고객을 문전박대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당의 경쟁은 본질인 음식의 질이 아니라 배달비 보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음식 주문 시장에 존재하는 두 개의 플랫폼을 분리 운영하거나 완전히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

주문중개의 역할만 수행하고 주문자가 배달비를 부담하게 하거나 아예 모든 주문의 배달을 자체적으로 수행해 플랫폼 노동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두개의 플랫폼을 분리한다는 것은 주문중개 플랫폼이 배달비의 책정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배달비의 책정은 배달 플랫폼의 몫으로 돌리고 시스템을 연동운영 하면 된다.

부릉과 같은 배달 플랫폼이 단건 배달, 묶음 배달, 느린 배달 등의 선택지를 만들어 주고 소비자는 자신의 니드에 따라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추가로 선택하면 된다. 이 경우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온전히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야 한다. 지금처럼 솔루션 프랜차이즈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그 시장이 25조가 되었으면 모든 부분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집에서 음식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즐기고 싶다면 만원을 지불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승훈 경영대학 가천대학교 교수
이승훈 경영대학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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