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정통 경제금융 관료 출신에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이 발탁됐다.

추경호 후보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계부채 위험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추 후보자는 시장주의와 규제개선 등 기조에 따라 경제, 금융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추경호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한 후 2011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 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금융위, 기재부 등에서 근무하며 경제, 금융 전반에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정치에 발을 담근 그는 20대,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추 위원은 경제, 금융 분야에 대표적인 전문가이지만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수장을 맡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경제부총리로 지명돼 결국 최고 지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지명 후 추경호 후보자는 “지금 경제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고 국내에서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성장률은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가계부채, 국가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있기 때문에 정책을 거시적으로 보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이기 때문에 만약에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경제 장관들이 '원팀'이 돼서 당면 현안인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 경제, 금융정책 등을 담당해왔으며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 경제 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했다. 추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경제 정책을 실현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주요 경제 정책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규제혁신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주의와 규제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는 규제타파를 통해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시장주의를 강조했다. 추경호 후보자가 금융위, 기재부 등에서 중책을 담당했을 때가 바로 그 시기였다. 이에 추경호 후보자는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집을 보면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한 규제혁신으로 기업투자를 활성화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추경호 후보자까지 지명된 만큼 다시 시장주의와 규제개선에 경제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추경호 후보자는 인기영합주의 경제 정책에는 반대해 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자가 전 국민 대상 기본대출 등을 제시하자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 추경호 후보자였다. 추 후보자는 포퓰리즘 정책을 배제하고 검증이 된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각한 만큼 추 후보자는 이를 수습하는데 우선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2020년초부터 만 2년 이상 경제를 강타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내수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올해, 내년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추 후보자는 이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위협도 문제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는데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식량, 원자재 등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밀가루, 식용류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당장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 가계부채는 1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출 규제 등을 시행했지만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추경호 후보자는 계속 가계부채 확장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난제다.

그럼에도 추경호 후보자가 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세 부총리로  될 것이라는 점은 그가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 경제수석으로 유력한 김소영 서울대 교수 등과 원팀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 추경호 의원((윗줄 왼쪽부터)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 국방부 장관 후보 이종섭 전 합참 차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아랫줄 왼쪽부터) ,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김현숙 전 의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 추경호 의원((윗줄 왼쪽부터)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 국방부 장관 후보 이종섭 전 합참 차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아랫줄 왼쪽부터) ,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김현숙 전 의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산업통상, 국토교통, 과학기술 등 경제 밀접 분야 장관도 지명

이날 윤석열 당선인은 국방부 장관에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전 경북대학교 병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현숙 전 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들 중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은 추경호 후보자와 손발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책학 석사와 기술혁신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기술혁신경제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아 이미 윤석열 정부 경제팀과 향후 경제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부동산 관련 공약을 할 경험이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양도세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회복' '임대차 3법 폐지' '생애 처음 주택 50% 정부 공동 투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 캠프와 인수위에서 활동해 당선인을 비롯해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도 일해본 경험이 있다. 

과기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호 소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원광대와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18년부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이 소장은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연구단 전문위원, 한국 센서학회 부회장, 과기정통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위원회 위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둘러봤는데 그때 이종호 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등의 국제 공급망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에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반도체는 통상, 경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후보자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등의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통일부 등 2차 내각 발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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