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올해 1월 제약·바이오업계에 조 단위 규모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비엘바이오(ABL Bio)가 그 주인공.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 22일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금 910억원을 수령했다. 그리고 올해 중으로 단기 기술료(마일스톤) 540억원를 수령한다. 계약금 910억원은 ABL301이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해도 사노피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전체 계약 규모 7% 정도로, 국내 바이오벤처가 받은 기술수출 계약금으로는 역대 최고다.

제약·바이오 업계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의 수장 이상훈 대표를 만나 기술이전 성공 비결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에이비엘바이오는 어떤 기업인가
△ 에이비엘바이오는 면역항암제 및 신경퇴행성 질환(CNS)에 대한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2016년 설립 이후부터 연구개발(R&D)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혁신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와 여러 임상 및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사노피에 파격적 금액으로 기술 이전한 ABL301도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한다.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항체 두 개가 한 몸처럼 붙어 있는 게 이중항체다. 하나는 파킨슨병의 원인 단백질(알파 시뉴클레인), 다른 하나는 뇌혈관장벽(BBB)을 침투할 수 있는 항체로 구성된다.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 ‘ABL001’도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 상장 전 기술이전돼 현재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나스닥 상장사 콤패스 테라퓨틱스가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2상 승인을 받은 주체도 콤패스 테라퓨틱스다.
그 밖에 나스닥 상장사 아이맵(I-Mab)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ABL111’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로 지정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ABL301 임상 계획과 상업화 가능성은
△ 올해 9월 미국에서 1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원숭이 독성 실험 등 전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미국 경우 IND 허가까지 한달 정도 소요돼 연내 임상 1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상부터 임상 1상까지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하고, 임상 2상부터 사노피가 진행한다.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확률을 언급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계 5위 안에 드는 빅파마가 직접 검증하고 선택한 파이프라인인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다른 국내 바이오기업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은
△ 임직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이언스를 중요한 가치로 삼아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연구 결과를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퇴행성뇌질환 및 면역항암 분야에 특화된 그랩바디 플랫폼 시리즈와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R&D 활동 일환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논문 게재를 회사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 연구원들의 학회 발표와 논문 작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실제 당사에서 출간한 논문을 보고 관심을 보여 연락해 온 글로벌 기업도 있다. 
기술이전 협상은 하나의 기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복수 기업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경쟁 구도를 유도한다. 글로벌 제약사 출신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도 받고 있다.

BMS 면역항암제 '옵두알라그'의 FDA 승인 시사점이 있다면
△ BMS는 흑색종에서 허가를 받았으나 LAG-3가 다양한 암종에서 과발현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적응증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승인은 임상적으로 LAG-3와 PD-L1의 동시 타깃이 항암 효과를 검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향후 유사한 기전의 치료제들의 허가도 원활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당사가 개발하고 있는 ‘ABL501’도 LAG-3와 PD-L1을 표적하고 있는데, BMS가 허가 받은 것과 달리 ABL501은 이중항체이다. 이중항체를 사용할 경우 이중항체가 암세포와 T세포의 가교 역할을 해 병용 치료를 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임상 결과가 있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치료제이다 보니 병용을 통해 3개의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이 임상에서 데이터로 입증될 경우 향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8일 열리는 미국 AACR에서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 발표하나
△ 이번 AACR에서 ABL105와 ABL103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ABL105는 유한양행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전임상이 원활하게 진행돼 올해 상반기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ABL105는 유방암에서 과발현되는 HER2를 타겟하는 항체에 4-1BB 항체를 붙인 이중항체이다. 전임상 결과 HER2를 타겟하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경쟁사보다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외부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도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ABL105 발표는 유한양행이 진행한다.
당사가 단독으로 발표하는 파이프라인은 ABL103이다. 그랩바디-T에 암 세포를 표적하는 B7-H4 항체를 붙인 이중항체로, B7-H4는 삼중음성 유방암과 난소암에서 과발현되는 새로운(Novel) 타깃이다. ABL103은 전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고, 삼중음성 유방암 및 난소암에서 기존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률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ABL103 데이터를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번 AACR에서는 지난해 유럽 PEGS에서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이어 영장류 독성시험, 환자 조직샘플 분석과 관련된 추가 데이터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신약 연구개발은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변화와 관계없이 유행에 맞춘 단기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실행될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한,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임상 1상을 진행하는데 일반적으로 200억가량 소요되는데 정부과제 비중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바이오벤처가 임상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이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풍부한 임상 경험과 자금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에 파이프라인을 기술 이전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신약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에이비엘바이오의 올해 목표는
△ 유럽 최대 제약사인 사노피와의 빅딜로 업계에서 당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사노피가 인정한 그랩바디-B 플랫폼을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가진 단독항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이전 추진할 계획이다. 사노피와 계약하면서 기술이전 논의가 이전보다 활발하. 4-BB 기반 그랩바디-T를 활용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 것도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임상과 관련해서는 ABL301 미국 IND 신청 및 임상 1상 돌입, 그리고 ABL105 임상 1상 진입, ABL101과 ABL103의 2023년 임상 1상 IND 신청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 이에 더해 리보핵산(RNA)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하고 싶다. 디날리 테라퓨틱스라는 회사가 BBB 셔틀에 RNA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에이비엘바이오도 그랩바디-B에 RNA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제넨텍, 로슈 등 미국의 글로벌 빅파마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명성과 위상을 얻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이전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성실한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을 위한 전략 수립을 통해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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