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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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엑소좀 활용 치료제는 세포 활용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비슷하지만 보관, 확장 등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에 성공한 엑소좀 치료제가 없어 국내 기업에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렉소젠,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프로스테믹스, 카이노스메드, 씨케이엑소젠, 엑소코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들이 엑소좀 신약 개발에 팔을 걷었다.

엑소좀(Exosome)은 세포가 분비하는 지름 50~200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 물질이다. 처음에는 세포 노폐물 찌꺼기로 알려졌으나, 세포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하는 운반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엑소좀은 재생, 면역 조절에 효과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세포치료제 못지않은 안전성, 효능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보관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제형 선정의 자유성이 더 보장되는 점 등에서도 이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 재즈 파마슈티컬스 등이 대규모 기술투자를 단행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DBMR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21년 117억7400만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달러(38조원)로 연평균 21.9%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시판된 치료제는 없다. 선두주자 글로벌 제약사들도 현재 임상 1~2상 단계다. 국내에선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와 브렉소젠이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고분자 물질인 치료용 단백질을 자유로운 형태로 엑소좀 내부에 탑재하는 기술 ‘EXPLOR’을 적용한 염증질환 치료제 ‘ILB-202’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호주 식약청(TGA)에 염증 치료제 ‘ILB-202’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회사 측은 이달 내로 임상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정대로 승인이 나면 엑소좀 신약으로 임상에 들어가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임상 1상이 끝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에서 임상 2상 신청에 돌입할 계획이다.

브렉소젠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소좀 기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BRE-AD01’로 임상 시험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엑소좀 자체를 약으로 쓰기 위해선 엑소좀 속에 유효성분이 많이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 엑소좀을 분비하는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브렉소젠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대신 외부에서 이 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들을 찾는데 집중했다. 펩타이드, 효소, 저분자화합물 등을 이용해 질환별로 맞춤형 엑소좀을 만드는 전략이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과 손잡고 엑소좀 신약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엠디뮨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FAF1 mRNA 및 단백질’을 탑재한 항암제를 개발키로 했다.

엑소스템텍은 지난 1월 대웅제약과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대웅제약은 배아줄기세포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DW-MSC’에서 엑소좀을 추출해 정제하는 기술을 확립할 계획이다.

한편,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들은 14개사가 참여, 지난달 23일 ‘엑소좀산업협의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엑소좀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응용 분야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현재 회원사는 로제타엑소좀, 브렉소젠, 시프트바이오, 에스엔이바이오, 엑소스템텍, 엑소좀플러스, 엑소코바이오, 엑소퍼트, 엑솔런스바이오테크놀로지, 엠디뮨, 엠디헬스케어, 웰에이징엑소바이오, 이언메딕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등이다.

배신규 엑소좀산업협의회 회장은 “엑소좀은 개발 초기 단계의 새로운 기술이지만 차세대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산학연 협력을 통한 엑소좀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는 한편, 국내 엑소좀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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