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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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바이오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횡령·배임 사건으로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여기에 금리 인상, 긴축 정책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주식 시장이 침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평가 우수기업(유니콘) 특례 상장 1호에 도전한 보로노이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상장을 철회했다고 16일 밝혔다.

보로노이는 지난 14~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배정 물량은 전체 공모 주식 75%인 150만주로 공모가 하단 기준 750억원 규모다.

IPO 기자간담회서 발표 중인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이사. [사진: 보로노이]
IPO 기자간담회서 발표 중인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이사. [사진: 보로노이]

철회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상장 직전 들어온 재무적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나왔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7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올해 바이오업계 첫 대어급 공모주로 기대를 모았던 보로노이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최근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보로노이에 큰 관심을 가져주신 투자자들께 감사드린다”며 “보로노이의 미래 성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핵심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며 향후 시장 안정화 시점을 고려해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청구했던 퓨쳐메디신, 파인메딕스, 한국의약연구소 등도 연초에 상장 심사를 철회했다.

[사진: 퓨쳐메디신]
[사진: 퓨쳐메디신]

퓨쳐메디신은 지난해 8월 코스닥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두 기관에서 각각 A등급을 받았고, HK이노엔에 기술 수출한 경험도 있다.

퓨쳐메디신 관계자는 “4개월이 넘도록 심사에 성실히 임했지만 상장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상장심사를 자진 철회하기로 했다”며 “최근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 분위기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기업 파인메딕스는 지난 1월 10일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자진철회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2개월 만이다.

같은 달 11일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인 한국의약연구소도 지난해 9월 3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4개월 만에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예비심사가 일반적으로 영업일 기준 45일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약연구소는 심사가 보통의 경우보다 장기간 계류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약연구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연되는 부분이 있어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들이 코스닥 입성을 포기하는 이유는 상장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바이오주에 대해 최근 주식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은 데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신라젠 횡령·배임 이슈로 거래소가 바이오기업 상장 심사를 강화한 것이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제도 평가항목을 확대하면서 시장성과 기술 진행 정도, 기술이전 이력 등을 이전보다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IPO를 시도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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