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본사. [사진: 안국약품]
안국약품 본사. [사진: 안국약품]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안국약품이 53년만에 오너 경영체계에서 전문경영인 체계로 체질을 바꾼다. 불법 임상시험 및 리베이트 파문 여파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국약품은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 각자 대표체제에서 원덕권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된다고 최근 공시했다. 어준선 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다. 어진 부회장은 어 회장 장남이다.

어준선 명예회장이 첫 대표이사를 맡았던 1969년부터 오너 경영체계가 유지돼 왔다. 중간에 전문경영인이 있었지만, 오너와 공동 대표체제였다. 단독으로 전문경영인 체계가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덕권 안국약품 대표이사 사장. [사진: 안국약품]
원덕권 안국약품 대표이사 사장. [사진: 안국약품]

오너 부자의 동반 이탈로 새롭게 안국약품 단독 대표이사를 맡는 원덕권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약학대학 석사 출신이다. 수원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얀센, 대웅제약, 동화약품 등을 거쳐 2013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삼아제약 사장을 역임했다. 안국약품에는 2018년 연구개발(R&D) 및 생산 총괄 담당 사장으로 영입돼 폭 넓은 행보를 이어왔다.

갑작스러운 오너 부자의 퇴진으로 원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위축된 실적 개선과 더불어 R&D 성과 도출, 신규 사업 발굴 등 중책을 맡게 됐다. 

안국약품은 주로 국내에서 호흡기계 병·의원를 상대로 실적을 거두는 제약사다. 때문에 코로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2020년 안국약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3%, 81.6% 각각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35억,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회사의 간판 천연물의약품 ‘시네츄라’ 매출이 전년보다 20% 가까이 감소하는 실적을 받아들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원덕권 신임 대표이사가 R&D,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영업·마케팅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다“며 ”사업다각화를 통한 퀀텀점프를 실현하기 위해 매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사진: 안국약품]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사진: 안국약품]

한편 업계에서는 안국약품 실적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법원 판결을 꼽는다.

안국약품은 2019년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되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어진 부회장은 물론,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 8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는 불법 임상시험 혐의가 드러났다. 개발하고 있는 의약품을 식약당국 승인 등 절차 없이 중앙연구소 직원들에게 투약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2월 안국약품 김모 전 연구소장이 불법임상 등 약사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 벌금형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해 11월엔 서울서부지방법원 재판부가 안국약품 관계자들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의사 A씨 등 6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현재 안국약품은 어진 부회장과 정모 전 연구소 실장 등이 불법임상과 약사법 위한 혐의,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된 뇌물공여 혐의 등 여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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