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소상공인들이 국회에 이어 광화문에서 삭발식을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한 데 영업시간 제한 고수로 매출은 계속 줄어들어 근근이 대출로 버티고 있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그야말로 파산 일보 직전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반면, 몇몇 대기업들에게 코로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일부 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며 성과급 잔치를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린 기업도 적지 않았다. 최근 상장한 기업 직원들은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주식으로 일 인당 수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기사를 보면 왠지 모르게 불편해진다.

엄혹한 위기상황인데도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에서는 노사 간 임금협상이 양보나 타협은커녕 팽팽한 긴장 속에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측은 임금인상 7.5%를 노조측은 연봉 일괄 1000만 원 인상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을 요구했다. 노조측 인상 요구액은 무려 9000만 원에 달한다

노조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노조 입장에서 보면, 매출 성과의 열매를 사측과 임원들이 과다하게 가져가고 노사 간 불평등과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는 상황이라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요구다.

하지만 죽어가는 소상공인이나 열악한 중소기업 노동자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위기 상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한쪽은 죽어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쾌재를 부르는 현실은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원래 자본주의는 불평등 위에서 운영되는 경제시스템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응당 빈익빈 부익부, 대량실업 등의 구조적 모순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를 내버려 두면 계급, 계층 격차는 점점 심화되기 마련이다.

첨단기술 사회에서는 기술 개발이 사회변화와 발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세해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항간의 농담처럼 우리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이룬 것은 CEO, CTO도 아니라 코로나19였던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다른 표현이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경제, 산업은 물론이고 사회, 문화, 교육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기술이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이른바 범용기술(GPT :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기도 하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NFT,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은 삶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기술은 우리의 업무 방식, 소통 방식, 이동 방식을 바꾸고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꾸겠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개인, 지역, 집단, 사회마다 기술발전 속도나 수용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일수록 격차는 더 커진다.

자본주의 경제는 수요, 공급의 균형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과 경제적 자유, 사적 소유 등의 원리에 기반해 작동한다. 효율적인 경제 메커니즘인 만큼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과 가장 높은 생산력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대량 실직, 불황 등의 필연적인 부작용을 양산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주역은 기업이고 기업의 성장엔진은 연구개발의 성과인 첨단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많은 모순과 부작용을 낳았듯이 첨단기술 또한 사회적 모순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기술 실업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이 발전하면 대중들의 삶은 더욱 편리해지겠지만 공장과 직장에서의 기계화, 자동화는 기존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새로운 첨단기술 도입으로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기술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라고 한다. 산업혁명 시절, 공장 노동자들이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은 앞으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격차다. 기술 수용도, 활용도, 숙련도에 따른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이다. 정보화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 즉 정보 격차가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대도시나 농촌 간,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졌다.

앞으로 미래를 변화시킬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로봇 기술 등은 이전의 디지털 기술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고 고도로 발전된 기술이다. 기술이 고도화되는 만큼 사회적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이 가져올 미래사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격차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총수 출신 기업인은 초격차를 언급하며 기술발전으로 2등과 의 차이를 압도적으로 벌려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기술의 초격차는 사회적인 초격자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발전과 수용으로부터 낙오되고 뒤처지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기술발전으로 사회적 격차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격차를 줄이려는 인위적인 정책과 노력을 꾸준히 해야만 한다. 그래야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전과 선순환이 가능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에 뒤처지고 변화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위적인 사회적 노력이 절대 불가결하다. 기술격차가 발생하고 격차가 커지는 만큼 뒤처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포용 정책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전제조건은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이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 시민교육과 디지털 문화 확산으로 모두를 위한 디지털(Digital for All)이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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