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스톡옵션 대량 매도에 따른 '먹튀',  모럴 해저드 논란 속에 류영준 차기 공동 대표 내정자가 사퇴한데 따른 카카오 리더십 공백은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로 채워지게 됐다.

카카오 공동 대표 연임이 확정됐던 여민수 대표는 일련의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카카오는 2018년 이후 다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남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카카오페이가 상장하자 마자 핵심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대규모 행사하면서 직면한 신뢰의 위기는 '열심히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과 구호만으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인데다 일련의 논란까지 겹치면서 카카오 및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패밀리 상장사들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신뢰의 위기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슈가 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일 남궁훈 신임 내표 내정에 대해 올린 사내 게시물을 통해  "안타깝게도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봤고 카카오의 상생안,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같은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게 기대하는 것,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2006년 설립 이후 IT 업체들 중 비교적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국민 메신저란 얘기까지 듣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문자 메시지로 과도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대형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에 견제구를 제대로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카카오뱅크로도 혁신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계열사들이 늘어가고 사세가 점점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베끼기 등 이런저런 논란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00개가 넘는 계열사들이 내부 경쟁까지 감수할 만큼 성장 전략에 추구하면서 지난해부터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고 정치권에서도 요주의 감시 대상이 됐다. 

성장이 필요하다 보니 자꾸 골목을 기웃거리게 됐고, 그럴 수록 사회와 공감 능력은 점점 약해진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카카오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시작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한 것이었다는 견해가 많다. 

택시가 여전히 대중교통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가 서비스라도 해도 요금을 5000원까지 추가로 내는 것은 일반인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호출을 둘러싼 논란 이후 헤어샵, 대리 운전 서비스, 기업 고객 대상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웹툰 웹소설 등 다른 카카오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도마위에 오르면서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 상생 정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논란의 주범이었던 스마트호출은 아예 없애버렸다.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들이 상장하자마자 스톱옵션을 대규모로 행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상장한지 얼마 안된 회사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대량 행사할 경우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고, 카카오 내부에서도 이걸 몰랐을 리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내부에서 브레이크가 가동되지 않은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물론 노조까지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궁훈 차기 대표는 이런 분위기 속에 카카오 지휘봉을 잡았다. 카카오를 향해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을 누그러 뜨리면서 사업적으로는 계속 성장하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하는 숙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남궁훈 차기 대표는  카카오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발표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메타버스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거라고 본다"며 "카카오는 우리 시대의 화성, 무궁무진한 땅 메타버스를 개척하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어가도록 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데 집중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SNS플랫폼 페이스북은 지난해말 프라이버시 침해, 가짜뉴스 방치 등 일련의 논란 속에 메타버스를 화두로 던지고 회사 이름도 아예 메타로 바꿨다.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을 놓고서는 긍정과 회의적인 시선이 공존한다. 이름 바꿨다고 부정적인 회사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아직까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카카오가, 메타와 똑같은 이유로 논란에 휩싸인 건 아니지만 남궁훈 대표는 골목상권 논란에서 벗어나고 향후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카카오와 관계사들의 메타버스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름 통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궁훈 대표 체제 카카오가 골목이 아니라 글로벌을 겨냥한 사업 역량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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