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확보해 가짜 신분증을 만든 후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비대면으로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01/432144_417679_352.jpg)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개인정보를 확보해 가짜 신분증을 만든 후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비대면으로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대출을 실행했던 은행들은 범인들이 다른 범죄로 적발될 때 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후 은행에서 수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사건에 대해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기범들은 대학 교수였던 피해자 A씨의 개인정보와 사진 등을 확보해 운전면허증을 위조했다.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기반으로 알뜰폰 휴대폰을 개통했다. 그리고 다시 위조한 운전면허증과 가짜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휴대폰 인증 등으로 A씨 명의의 공인인증서까지 발급받았다.
사기범들은 이렇게 운전면허증. 휴대폰, 증권계좌, 공인인증서까지 준비한 후 은행 앱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았다. 사기범들은 3개 금융회사에서 2억6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으로 대출사기를 진행했다. 증권사에서는 운전면허증과 휴대폰 인증을 믿고 계좌를 개설해 줬다.
다음으로 인터넷 은행은 운전면허증, 휴대폰 인증, 증권계좌 개설 사실, 공인인증서 등을 믿고 계좌를 발급해 줬다. 사기범은 인터넷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다른 금융회사 대출을 진행했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사기범들이 신분증, 휴대폰, 공인인증서도 있고 인터넷 은행에서 계좌를 발급받았으며 대출까지 실행한 것을 알고 추가로 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들은 다른 허점들도 이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은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런 허점들이 악용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사기가 벌어지는 것을 금융회사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다른 범죄로 구속돼 수사를 받던 중 대출사기를 자백했고 이후 경찰의 수사로 진상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대출실행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어느 인터넷 전문은행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2019년 당시 영업을 한 곳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이다.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비대면 금융서비스 보안이 강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벤치마킹한 은행, 증권사 등도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기범들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것을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피해자 A씨와 금융회사들 간에 분쟁이 발생했다. A씨는 개인정보유출, 명의도용 등의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금융회사들은 공인인증서 발급이나 대출 등의 과정에서 A씨 본인이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따졌다. A씨에게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물어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소송이 진행됐다.
법원은 A씨의 고의성이나 과실을 입증할 근거가 타당하지 않으며 금융회사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며 A씨의 채무부존재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서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에 있어서는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고 특히 비대면 방식으로 전자금융거래를 진행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게는 그 거래의 신속성과 편리성에 비춰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본인 확인절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가상자상 거래소 사칭 금융사기 기승...한달에 한번꼴 주의보
- "로그4j 취약점 해결 장기화·IoT 공격 시도 지속"
- 청년 노리는 신종 보이스피싱 기승..."소액대출 미끼 선불유심 요구 후 범죄 활용"
- 대포통장 개설 재확산...석달새 6000건 적발
- 가상자산 범죄 총력 대응...'한국 FBI' 국가수사본부 총괄
- 대면편취 보이스피싱 증가...KISA, 이통사 약관 변경 등 대응
- [핀테크핫이슈] 금융 싱크탱크가 디파이·NFT 연구에 나선 까닭은?
- 카카오뱅크, 오픈소스 국제 표준 인증 획득
- 케이뱅크, 아담대 1조 돌파기념 고정금리 0.5%포인트 인하
- 투자자 개인정보 헐값 거래 만연..."1명당 30원에 팝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