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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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여러 개가 합쳐지는 컨버전스(convergence)가 있으면 그 반대편엔 모여 있던 것들이 쪼개지는 다이버전스(Divergence)도 있다. 그런 만큼 대세에 묻어가는 것도 좋지만 대세와 대립관계에 있는 개념을 주목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

IT의 산업 역사도 통합과 분산이 대세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흘러왔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 역시 그랬다. 통합이 대세가 되면 얼마 후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of-Breed: 분야별 최고 솔루션을 따로 따로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베스트 오브 브리드가 대세다 싶으면 다시 통합이 대세론을 타는 흐름이 반복됐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협업 및 생산성 소프트웨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세론을 탄 실시간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과 반대 DNA를 가진 협업 및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마이크소프트 팀즈, 슬랙, 잔디 같은 실시간 메신저, 줌이나 시스코 웹엑스, 알서포트 리모트미팅 등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는 단숨에 기업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킬러앱으로 부상했다.

실시간에 기반한 이들 플랫폼은 비즈니스 운영체제(OS)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재택과 원격 근무 비중이 커진 기업내 업무 환경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신생 업체가 이들 업체가 가진 지위를 흔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출사표는 쏟아진다. 협업 스타트업들을 향한 VC들 지원사격도 여전하다.

나름 이유가 있다. 최근 주목을 끄는 협업 스타트업들을 보면 팀즈나 줌같은 실시간성과는 거리가 있는 서비스들이 상당수다. 실시간이 아닌, 비동기식(asynchronous) 커뮤니케이션 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시간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는 이메일이 이미 있지만 아무래도 생생한 요소는 부족하게 마련이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표방하는 서비스들은 영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위스트(Twist), 룸(Loom), 야크(Yac) 등이 대표적이다. 룸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영상 메시징 도구다.  

룸을 통해 사용자는 스크린, 마이크, 데스크톱을 동시에 녹화해 공유할 수 있다. 룸은 타이핑을 하는 것처럼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룸은 2016년 서비스 공개 이후 2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사용자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트위스트 역시 비동기식 메시징 서비스를 앞세워 실시간에 지친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대안을 꿈꾸는 모습이다.

룸 공동 창업자들.
룸 공동 창업자들.

룸과 같은 서비스가 확산되는 것은 코로나19 와중에 팀즈, 슬랙, 줌과 같은 서비스들이 크게 확산됐지만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흐름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IT전문 미디어 프로토콜은 일부 미국 회사들은 실시간 회의와 채팅을 포기하고 메시지를 녹음하고 예약할 수 있는 도구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시스코에서 보안 및 협업 부문을 이끄는 지투 파텔은 "완전히 실시간 동기식일 필요가 없는 커뮤니케이션들이 많다"면서 "당신은 내가 2배속으로 듣고 답장을 보낼 수 있는 10분 녹음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은 내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들 사이에서도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을 수용하려는 행보가 두드러진다.

시스코는 이미 화상회의 서비스 웹엑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비동기 영상 커뮤니케이션 기능인 비드캐스트를 공개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로 유명한 드롭박스, 슬랙 역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레이스에 가세했다.

슬랙은 유료 사용자들이 오디오, 비디오, 화면 공유 보낼 수 있는 오디오 및 비디오 클립 기능을 선보였다.

드롭박스도 지난해 업데이트를 통해 드롭박스 캡처 기능을 공개했다. 드롭박스 캡처는 비동기식 방법으로 업무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툴로 긴 이메일과 문서 대신 짧은 동영상 메시지로 팀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화면 녹화, GIF, 스크린샷을 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업무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동료에게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상태 업데이트, 업무 진행상황 공유를 녹화 공유로 대체하면 불필요한 회의 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드롭박스는 보고 있다.

프로토콜은 올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트렌드로 비동기식과 함께 보다 유연한 미팅 지원도 중요한 트렌드로 꼽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재택 근무를 시행했던 많은 회사들은 올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직원들은 업무 현장에 복귀시키는 형태로 회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직원이 공존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워크가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떠올랐다.

하이브리드 워크 환경에서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는 출근한 직원과 재택 근무자 간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줌, 시스코 등이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프로토콜은 전했다.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미팅에서 나온 핵심 정보를 잘 편집해 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헤드룸 서비스 이미지.
헤드룸 서비스 이미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1시간 분량 녹화 영상 전체를 보는 것은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과 스타트업들에 대한 잠재력이 커진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Headroom), 오터닷에이아이(Otter.ai), 코스크린(CoScreen) 등이 주목할만한 회사들로 꼽힌다.

비디오 채팅 툴인 헤드룸은 회의 중 실시간 스크립트와 공유 메모를 중앙에서 보여준다. 스크립트에서 텍스트 특정 블록을 클릭하면 바로 메모에 복사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공유 메모, 비디오 재생, 검색 가능한 스크립트 및 참가자들이 말한 양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전 구글 임원 출신으로 헤드룸 공동 창업자인 줄리안 그린은 "비동기는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와 비동기 간 연속성을 갖고 사용자가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협업 시장의 맹주는 여전히 팀즈와 줌으로 대표되는 실시간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한 사용자층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다 보니 팀즈와 줌에서 가려운 곳들 또한 늘었고, 이걸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들에 대한 존재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의 부상도 이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코더(Coder)들을 위한 SaaS인 공동 코딩 툴인 코드펜(Codepen)처럼 특정 사용자층을 겨냥한 협업 SaaS들을 주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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