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트코인 선물 ETF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제도권 편입의 첫 발을 뗀 상징적 의미로 해석했다.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12/429607_416105_172.jpg)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올 한해 가상자산(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제도권'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으며 제도권 편입의 역사적 첫 발을 뗐다. 이에 앞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채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당일을 'B-데이(비트코인 데이)'라고 명명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 29개사가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됐다. 공식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주요 상장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랐고, 특히 NFT(대체불가토큰) 시장 선점을 위한 연합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다만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을 둬 앞으로 산업 성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속 제기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법안 관련 첫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내년에는 대기업과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 탈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권 첫발' 비트코인 ETF...이더리움 생태계 확장
올해는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크게 활약했다.
우선 지난 10월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ProShares)가 미국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연계 ETF를 출시했다. 해당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는 'BITO'라는 종목코드로 10월 19일(현지시간)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비록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비트코인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선물 상품이지만, 업계에서는 제도권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실제 국내 복수의 증권사에서도 이를 주목했으며 SK증권에서는 "제도권 편입의 신호탄을 날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소식으로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시장에서 개당 7600만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후 추가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감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난달에는 개당 82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실제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추가 승인되면서 현물 ETF에 대한 승인 기대감이 커졌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물 ETF 승인 요청을 잇따라 거부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추가 승인은 없을 전망이다.
![주요 가상자산의 연초와 현재 시장 점유율. [사진: SK증권 보고서]](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12/429607_416106_1947.jpg)
이더리움 존재감도 부각됐다. 지난 17일 기준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 이더리움 점유율은 21.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로 불리는 디파이와 NFT(대체불가토큰) 성장이 크게 영향을 줬다. 이 서비스들이 대개 이더리움 기반이기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NFT 거래대금은 전년동기대비 14만1847% 증가했고 디파이 예치금은 1242% 증가했다"며 "네트워크 매출, DEX(탈중앙화거래소) 거래량, 채굴파워 모두 세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등 이더리움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이더리움도 지난달 9일 48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개당 58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지난 1일에는 590만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두 대장주는 한 달 넘게 조정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대유행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 등 악재로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6100만원, 49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급격한 가격 변동성은 여전한 모습이다.
공식 가상자산 사업자 29개사...존재감 확 커진 '업비트'
올해는 가상자산 신고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사업자가 됐다.
지난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9월 24일까지 신고 접수를 완료했다. 이날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29곳과 지갑 등 서비스사 13곳이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업자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신고서 제출시 금융당국에 이 확인서도 내야 한다.
하지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 실명계좌를 추가 발급받은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사례는 전무했다. 이에 그동안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법인계좌 아래 다수의 고객 개인계좌를 두는, 벌집계좌 방식으로 원화마켓을 운영해왔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가 원화마켓에서 이뤄지기에, 일부 거래소들은 신고 접수 막바지까지 실명계좌 관련 은행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원화마켓을 닫게 될 경우 회사 전체 수익 감소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영업을 종료하거나 서비스를 변경할 시, 이 내용을 9월 17일까지 공지토록 했다. 이날이 다가오면서 벌집계좌 방식으로 원화마켓을 운영해 온 대다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코인마켓을 전환하고 공지를 띄었다.
하지만 고팍스와 한빗코 등은 이날 금융기관과 실명계좌 발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리며 시장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FIU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한 42개사 가운데 총 29개사가 신고 수리됐다. 거래소가 24개사이고, 기타(가상자산 지갑 및 보관 서비스사) 사업자가 5개사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가장 먼저 심사에 통과하며 1호 가상자산 사업자가 됐다. 이후 코빗과 코인원, 빗썸이 순차적으로 심사를 통과했으며, 플라이빗과 고팍스, 한빗코, 에이프로빗 등 코인마켓 거래소 20개사도 공식 가상자산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식 가상자산 지갑 및 보관 서비스사 5곳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헥슬란트 ▲마이키핀월렛 ▲하이퍼리즘 등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남은 신고 접수한 사업자는 13곳이다. FIU는 이 가운데 7개사는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1곳은 신고 대상이 아닌 사유로 신고 철회했다. 나머지 5개사(거래소 2곳과 지갑 및 보관 사업자 3곳)에 대해 FIU는 내달 재심사한다는 계획이다.
![두나무 실적. [사진: 두나무 기자간담회]](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12/429607_416107_2527.png)
다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시작되고 나서 거래소들 간 거래량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뚝 떨어졌는데, 업비트 쏠림 현상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0월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비트 독과점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비트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업비트 독점 체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 나왔었다.
이같은 논란에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시점에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거래량만 따진다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라며 "오히려 업비트 거래량보다 두 배 넘는 금액이 국내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 업비트는 이미 여러 수치들과 일련의 사건들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의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 890만명에 달하며, 업비트는 거래소 가운데 최다 회원수를 보유한 거래소다. 지난 3분기까지 두나무 매출은 2조8209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1668억원) 대비 16배 넘어선 것이다.
상반기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자, 시장은 두나무의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최근 이와 관련 이석우 대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두나무가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인수하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심사를 받는 구조이기에 협상력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클립 드롭스에서 구매한 NFT를 재판매할 수 있다. [사진: 클립 드롭스 홈페이지]](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12/429607_416108_2717.jpg)
올해는 또 NFT 열풍도 거셌다. 지난 3월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NFT 작품이 785억원에 낙찰되며 NFT 투자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관련 프로젝트 크립토펑크, BAYC 등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는 BAYC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NFT 플랫폼을 내놓기 시작했다. 거래소 가운데 코빗과 업비트가 순차적으로 NFT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도 큐레이션된 디지털 아트를 NFT화해 '클립 드롭스'에서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베타 기간을 마치고 2차 마켓 기능을 추가해 정식 버전을 내놨다.
핀테크 기업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를 통해 NFT 플랫폼 '메타갤럭시아'를 오픈했으며 게임사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미르4 글로벌 관련 NFT화된 캐릭터를 거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합종연횡 활발...정책 논의도 본격화
2022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시장 변화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공식 가상자산 사업자가 된 거래소들과 초기 블록체인 기업들이 주요 상장 기업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았는데, 이들의 사업이 가시화되고 추가 합종연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및 NF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뭉친 연합군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코빗과 SK스퀘어(코빗 2대 주주) ▲빗썸과 위메이드(빗썸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비덴트의 2대 주주) ▲게임빌과 코인원 협력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물밑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신사업을 모색했던 전통 금융권들의 행보도 수면 위로 드러날 지도 주목된다.
일례로 지난 'NFT 부산 2021' 후원사로 나선 미래에셋증권은 디지털자산 관련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에서 온라인 토론 패널로 참여해 디지털 자산 관련 복수의 사업을 구체화하는 상황을 전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사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상자산과 NFT 등을 보관, 관리할 수 있는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시험 개발을 완료했다.
또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 초점에 맞춰져 있어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 진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을 설립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산업을 육성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명확한 역할 수립 등 추가 논의할 부분들이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29개사 통과...7개사 문 닫는다
- 게임업계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대공세...위믹스·보라·C2X 주목
- "돈 때문에 재미 놓칠 수 있다" P2E 게임 확산 속 우려 솔솔
- KB국민은행, 가상자산·NFT 관리하는 디지털월렛 시험개발 완료
- "장은 하락해도 투자는 계속된다" VC, 가상자산 투자 사상 최대
- "디지털 지갑에 모든 자산 담긴다"...디지털자산 투자포럼 진행
-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미수리 18곳...빠르면 이번 주 '운명의 날'
- [블록체인핫이슈] 가상자산 거래 시장 찬바람…NFT는 훈풍
- 美 SEC "올해 비트코인 ETF 승인 없어" 재차 승인 연기
- 글로벌 확장 나서는 카카오·라인 블록체인...새 NFT·지갑 예고
-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 4년 만에 40% 밑으로 하락
- 가상자산 새해부터 찬바람…비트코인 4만6000달러대 후퇴
- [블록체인핫이슈] 제도권 입성 가상자산...올해 몸집 키우기 본격화
- 비트코인 탄생 13주년…거래가는 일주일째 내리막
- 보관부터 직접 발행 서비스까지...금융권 NFT 실험 본격화
- '디파이' 성장 속 리스크 커졌는데..규제는 난감
- 미래에셋금융, 기관용 가상자산 수탁법인 세운다
- 美 SEC, 스카이브릿지 비트코인 ETF 승인 거부
- 은행 주도 가상자산 커스터디 본격화...KB·신한 이어 NH농협 합류
- KB국민은행, 로블록스로 메타버스·금융 연계 실험
- [단독] 고팍스, 실명계좌 숙원 풀었다...전북은행 확인서 받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