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라는 용어에 대한 테크 인플루언서들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웹3라는 용어에 대한 테크 인플루언서들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글로벌 테크판이 때아닌 웹 3.0 논쟁이다. 거물급 인사들이 트위터에서 웹 3.0 의 가능성을 놓고 벌이는 설전이 뜨겁다. 

실리콘밸리 유력 VC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이끌면서 웹 3.0 띄우기에 적극적인 인사 중 1명인 마크 안드레센이 웹 3.0을 비판한 블록 CEO인 잭 도시 트위터 계정을 차단해 버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쯤되면 웹 3.0이 뭐길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웹 3.0은 탈중앙화된 구조에서 돌아가는 인터넷을 의미하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회사들이 주도하는 지금의 웹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하고 있다. 

웹 3.0이라는 말은 2006년 월드 와이드 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차세대 웹을 기대하며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팀 버너스리는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와 자원 사이 관계와 의미를 기계가 처리하는 이른바, 시맨틱 웹이 웹 3.0에서 중심에 설 것으로 봤지만 현재 결과만 놓고 보면 그의 비전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중 1명으로 지금은 퍼블릭 블록체인 중 하나인 폴카닷 개발을 이끌고 있는 개반 우드가 2014년 웹 3.0이 다시 나왔고, 현재 테크 인플루언서들의 격전지가 된 웹3는 개빈 우드 버전에 기반한다.

개빈 우드 버전 웹 3.0에서 핵심 인프라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다. 웹 3.0은 목표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수단이 되는 구조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지금의 웹을 대체해 탈중앙화되고 사용자가 소유하는 웹을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현재 금융 시스템을 흔드는 것 넘어  지금의 웹을 대체할 기반 인프라로 진화할 잠재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이들에 의해 웹 3.0 담론은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대표적이다. 그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언제부터인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하면서 웹 3.0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만큼, 웹 3.0 패러다임 띄우기에 한창이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크립토 투자를 이끄는 크리스 딕슨의 경우 틈만 나면 웹 3.0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을 공유하는 등 웹 3.0 전도사로 나섰다.

하지만 웹 3.0 잠재력을 높게 보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까칠하게 바라보는 이들 또한 늘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진영 내에서도 웹 3.0에 대해 불편해 하거나 냉소적인 이들이 적지 않다.

실리콘밸리 기업가 중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대단히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한잭 도시 트위터 공동 창업자는 최근 일련의 트윗을 통해 "당신은 웹 3.0을 소유할 수 없다. 웹 3.0을 소유하는 건 VC들과 (VC들에 돈을 대는) LP들"이라며 웹 3.0 담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으로 안전하고 회복 탄력성이 있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관들이 아니라 대중이 소유해 한다는 점을 거듭 부각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웹 3.0은 다분히 마케팅적 용어"라면서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보다 더 이해가 안된다"며 비판적인 압장에 섰다.

거물급 테크 인플루언서들이 웹 3.0에 대해 비판하자 웹 3.0에 우호적인 인사들 사이에서 곧바로 반론들이 쇄도했다. 웹 3.0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이 개발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의 경우 VC 투자 없이 생태계가 커졌다면서 VC들이 웹 3.0 판을 들었다 놨다한다는 시각은 오버라는 목소리들도 쏟아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CTO 출신인 바라지 스리니바산은 "웹 3.0과 마찬가지로 트위터도 개발자들을 위한 무료 및 오픈 프로토콜을 통해 시작했다. 웹 3.0은 보다 나은 인터넷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잭 도시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반박은 또 다른 반박을 부르는 모양새다. 기업용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인 복스 CEO인 아론 레비는 웹 3.0은 온라인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받는 도로 요금소 같은 것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잭 도시를 거들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를 보면 처닌그룹 암호화폐 투자자로 유명한 웹 3.0 읽기 목록을 만든 개비 골드버그는 웹 3.0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권력을 주면서 빅테크들과의 경쟁을 확산시킬 것이라며 웹3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르면 웹 3.0을 이해하려면 인터넷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1989년 웹 1.0이 나올 당시만 해도 비전은 사용자들이 통제하는 탈중앙화된 정보의 오픈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기 오픈 프로토콜 기반 서비스들을 너무 기술적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같은 상황은 소비자들이 결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중앙화된 웹사이트를 많이 찾는 결과로 이어졌다. 웹 2.0의 등장이었다. 웹 2.0은 세계에서 수십억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하는 변화의 엔진이 됐다. 받는게 있으면 줘야할 것도 있었다. 웹 2.0으로 편리함을 얻는 대신 사용자들은 통제권을 내려놔야 했다. 

골드버그는 웹 3.0에 대해 웹 1.0이 추구했던 탈중앙화와 웹 2.0이 제공한 사용자 경험(UX)를 결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그가 현재 나와 있는 웹 3.0 애플리케이션들이 뛰어난 UX를 제공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UX는 웹 3.0이 풀어야할 숙제지만 불가능하다고 보는 건 아닌 듯 하다. 그는 "UX가 지금보다 나을 때 웹 3.0은 대중화될 수 있다"면서 "웹 3.0이 인터넷을 둘러싼 모든 문제들을 마법처럼 고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중앙화된 웹보다는 보다 나은 접근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웹 3.0이 지금의 인터넷 규모로 커지기에는 기술적인 구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IBM 리서치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인 그래디 부치는 "블록체인 기술은 컴퓨팅적으로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이점이 웹 3.0이 효과적으로 수십억 사용자들에게 확장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웹 3.0 지지자들에 의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웹 2.0이라는 말을 만든 팀 오라일리 오라일리 미디어 설립자도 최근 회사 블로그에서 웹 3.0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눈길을 끈다. 내놓고 비판한 건 아니지만 웹 3.0은 많이 부풀려져 있다는 뉘앙스가 진하게 엿보인다.

그는 "웹 3.0이 범용 금융 시스템이나 탈중앙화된 신뢰를 위한 일반적인 시스템이 되려면 실제 세계와 현실의 법률 시스템 및 경제 간 견고한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암호화폐와 기존 금융 시스템 간 인터페이스는 남용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웹 2.0은 현실의 많은 것들을 담아냈지만 웹 3.0도 그럴 거라  보기는 아직 무리라는 것이었다.

초기인 만큼 웹 3.0이 웹의 미래가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된다 해도 단기간에 지금의 웹을 대체할 폭발력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웹 3.0이 구글과 페이스북식 인터넷을 불편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잠재력을 높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암호화폐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좀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서사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포장지만 바뀌었다는 것이다. 웹 3.0은 검증의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테크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됐다고 해도 웹 3.0이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단기간에 크게 줄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웹 3.0을 표방하는 스타트업과 여기에 돈을 대는 VC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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