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 빅데이터를 활용해 호우재해 영향을 예보하고 도시산불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해 산불을 방지한다.

# 주민센터·마을회관 등에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 매년 군장병 100여명을 선발해 드론·3D프린팅·AR/VR·블록체인 등 첨단 취·창업 교육을 지원한다.

[디지털투데이 한민옥 기자]  마치 IT 기업의 비즈니스 같지만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놀랍게도 대학이다. 그것도 지역 특성상 상대적으로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는 강원도의 거점국립대학, 강원대학교(이하 강원대)이다.

강원대가 처음부터 혁신 대학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때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며 소위 한물간 대학으로 불렸다. 이러던 강원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수년째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가 하면, 각종 정부 연구지원사업을 휩쓸며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역량 있는 대학’ 중 하나로 부상했다. 글로벌 랭킹도 수직 상승했다.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3년 연속 200위권에 오른데 이어 2030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강원대 변화의 중심에 김헌영 총장이 있다. 김 총장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강원대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무엇보다 ‘교육과 연구를 위한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고 지역 특화에 주력했다. “독일 통일 후 서독지역으로 급격히 인구가 유출되며 위기에 빠진 드렌드덴을 구한 드레스덴공대처럼, 거점대학은 지역사회와 소비자의 수요를 발굴하고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고급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게 ‘지학(地學) 협력’이다. 지자체와 협업해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앞서 소개한 '빅데이터 기반 호우재해 영향예보 및 도시산불 긴급 대응체계’, ‘오픈 캠퍼스’, ‘강원열린군대’ 사례 모두 지학 협력의 결과물들이다.

이제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글로벌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과 역량을 갖추겠다는 김헌영 총장을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만났다.

 

-2016년 취임 후 연임에 성공하며 5년째 강원대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동안 성과를 소개해 달라.

“2016년 당시 강원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 등 학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취임과 동시에 개교 70주년(2017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계기로 강원대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과감한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우수한 성적으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고, 올해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또한 ‘4단계 BK21 사업’에 18개 교육연구단과 연구팀이 선정돼 2027년까지 약 400억원에 달하는 연구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또 ‘과기부 개인기초연구사업’에 총 33개 과제가 선정되는 등 이제 강원대는 과거의 위상을 다시 회복한 것을 넘어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역량 있는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실험실 특화형 창업 선도대학’, ‘스마트특성화 기반 구축사업’ 선정 등 수많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전국 국립대 최초로 선정됐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해 50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2023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산학연 혁신 허브’를 건립하고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분야 기업 300여개를 유치해 일자리 1500개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외 대학 평가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7년 연속 최우수대학에 선정됐고 THE, QS, US뉴스&월드리포트와 같은 권위있는 세계 대학평가기관으로부터 세계 900위권, 국내 2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등 우리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을 위해 대학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는 3년 연속 세계 200위권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랑할 만한 혁신사례를 하나 꼽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양한 산업간, 기술간 ‘융합의 시대’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성능 향상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AI· 반도체· 배터리 등 전기전자, 정보통신, 소재공학 분야의 인력과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또 디자인· 편의성 등 예술, 인문학적 감각도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미래사회 변화와 수요를 반영해 학문간 경계를 허물고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유연한 학사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학의 체질을 바꾸어 왔다.

2019년 공과대학과 문화예술대학을 통합한 ‘문화예술· 공과대학’과 인문사회과학대학과 디자인스포츠대학을 하나로 합쳐 ‘인문사회·디자인스포츠대학’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래융합가상학과’라는 여러 전공학과가 함께 새로운 산업분야의 특성화된 전공을 개설하고, 이를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게 했다. 2018년 처음 만들 때 4개 전공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디지털헬스케어, AI, 공공기관 연계과정 등 총 16개 전공으로 늘었다. 내년부터는 반도체, 탄소중립, 사이버보안 등 7개 전공을 신설해 총 23개 전공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한 융합 전공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미래융합가상학과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융합교육과 연구, 산학협력과 취업진로 등을 탐색하는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문간 경계를 넘나들며 최신 산업분야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교수들 간의 공동연구나 학생들의 참여도 등 운영 성과에 따라 정규 전공과정으로 전환하는 등 미래사회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명실상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그에 걸맞게 대학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강원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문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은 상호간의 융합과 네트워킹을 통해 기술적,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이고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연결하는 ‘플랫폼 기반 생태계’의 구축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이에 맞춰 대학의 역할도 ‘교육과 연구를 위한 플랫폼’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유·초·중·고등학교와 평생·직업교육의 사이를 잇는 ‘인재 양성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사회와 소비자의 수요를 발굴하며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고급 싱크탱크’로서 대학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강원대는 국가거점 국립대학이다. 강원대는 교수가 1000명이고, 석박사 등 고급인력이 3000~4000명에 달한다. 지역에는 리딩 시티(Leading City)가 있고, 산업계에는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가 있듯이, 강원대도 거점대학으로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고 공유와 협력을 통해 지역내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리딩 유니버시티(Leading University)’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최고는 물론, 글로벌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독일 통일 전 동독지역 최대의 공업도시였던 드레스덴은 통일 이후 서독지역으로 급격히 인구가 유출되면서 엄청난 위기를 겪었다. 이때 위기를 극복하는데 드레스덴공대가 큰 역할을 했는데, 지자체와 정부가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소를 대거 유치했다. 그러자 폴크스바겐, AMD 같은 기업들이 드레스덴으로 몰려들었고 예전보다 더욱 발전을 이뤄 유럽 최고의 ‘첨단산업도시’로 성장했다.

다른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세계에서 최고이자 유일한 특성화된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학생들이 먼저 배우러 오고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게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의 춘천캠퍼스는 다양한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헬스케어 분야를 특성화해 우수한 경쟁력이 있다. 또 삼척캠퍼스는 방재산업, 수소에너지 분야, 도계캠퍼스는 보건의료, 실버케어, 도시재생에 특화된 대학이다. 이미 대학 없는 지역발전 전략이나 정책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들어섰다.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시각과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대학을 집중 지원하고, 지자체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고 생각하는 해결방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강원도는 철원부터 고성까지 5개 군에 걸쳐 비무장지대(DMZ)가 맞닿아 있고, 많은 지역이 군사제한지역으로 묶여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다. 산업화 시기에는 석탄과 석회석 등 에너지와 원자재를 제공했고, 지금도 수도권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고 있지만 환경보호라는 이유로 제조업 발전에 크나큰 제약이 있어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

하지만 온라인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서울과 지방의 지리적 거리나 환경이 무의미해지고 있어 강원도의 발전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재래식 굴뚝 산업의 빈자리에 첨단 미래산업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현재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산업과 디지털헬스케어, 액화수소산업 등 3개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돼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과 언택트 시대를 주도할 이러한 첨단산업이 강원도에 뿌리를 내린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희귀 생물자원의 보고이자, 분단 이전까지 동북아 교통의 요충지였던 DMZ 지역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교육,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지학(地學) 협력'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어떤 개념인가.

“지학 협력은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지역이 스스로 주체가 돼 직접 발굴하고 해결하자는 개념이다. 대학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기업, 전문가, 시민사회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체제이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마다 다양한 원인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지역사회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만의 지학협력 사례를 소개해 달라.

“우선 강원대는 ‘오픈 캠퍼스’ 전략을 통해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대학의 역할을 사회·경제·문화·복지 등 전방위로 확대해 ‘지역산업과 문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춘천과 삼척, 도계 캠퍼스별 특성화를 통해 지역 맞춤형 상생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경우에는 대형산불,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가 잦은데, 우리 대학은 2018년부터 ‘빅데이터 기반 호우재해 영향예보 기술’을 개발해 올해 여름 삼척시에 ‘호우영향예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기술은 많은 비가 올 때 사람과 도로, 농축산업, 공공시설 등에 대한 비 피해 위험성과 구체적인 대응 요령 등의 정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에 산불 방지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시산불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강릉시 경포동 일대에서 기술 실증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강원도에는 접경지역과 군인들이 많은데, 이들의 평생교육과 직업전환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먼저 인제군, 양구군, 화천군을 대상으로 ‘강원 네트워크 캠퍼스(KNC) 구축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의 주민센터, 마을회관 등에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학의 교수와 강사가 강의를 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직접 대학에 오지 않더라도 대학이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향후 ‘KNC 플랫폼’에 지역내 타 대학의 참여를 확대해 대학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및 학사교류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원도, 육군 2군단과 협력해 시행하는 ‘강원열린군대’는 매년 군장병 100여명 규모를 선발해 취·창업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장병들은 드론, 3D프린팅, AR·VR, 블록체인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업을 듣고, 전역 후에는 지자체와 대학이 제공하는 취·창업 컨설팅이나 사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군 장병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해 청년층 인구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에 혁신동력을 제공하는 기여를 하고 있다."

 

-기아차 연구원으로 기업을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기업과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산학(産學) 협력’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대학은 학문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를 떠나서 서로 역할이 다른 셈이다. 다만 대학은 외부로부터 따로 떨어져 독립된 기관이 아니고 사회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곳이다. 최근 이공계 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도 산학 협력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학에서도 기술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산업체도 대학생 공모전 등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나서는 등 대학과 기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게 사실이다.

1991년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잠시 재직했다가 1993년 강원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총장이 되기 전 일년에 10여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20년이 넘는 교수생활 자체가 산학 활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수준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대학이 앞서 나갈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기 세계에 갇혀버리면 안주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기술력과 인재가 대학을 앞선지 오래고, 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는데, 이제는 대학이 따라가는 입장이다.

반도체의 경우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학은 조그마한 실험실 수준이고, 그마저도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업이 ‘왜 대학과 협력해야 하는지’를 대학이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AI, 배터리 같은 분야는 인력 양성이 시급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계약학과를 통한 인재 양성이나 기업의 연구시설 지원을 통해 협력분야를 잘 발굴하면 대학과 기업에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수들을 연구년 때 해외대학 대신 기업으로 파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보면 10년 치 연구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모빌리티 분야 전문가 모임인 '모빌리티퓨처포럼'의 의장을 맡았다. 신임 의장으로써 포부와 국내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해달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의 생활 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모빌리티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은 더욱 스마트하고 더욱 안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테슬라가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세계 1위가 되고, 자동차기업이 아닌 IT기업 구글이 자율주행의 선두에 있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과 산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앞으로는 모빌리티 분야가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국내 기업은 미래차의 한 축인 친환경차 제조에서 뚜렷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차 플랫폼, 배터리, 수소전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완성차 회사에 수출하고 있다. 미래차 시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크게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다. 모빌리티퓨처포럼을 통해 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차세대 배터리, 스마트 물류 배송 시스템 등 모빌리티 생태계와 인프라 구축에 힘써 ‘단순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다양한 목적의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는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면 소재 분야 연구다. 5년 전만 해도 전기자동차는 자율주행이나 디지털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내연기관 엔진의 다운사이징 및 전기모터 효율과 같은 분야가 트랜드였지만 지금은 배터리, 수소전지, 공유서비스, 빅데이터 연계 콘텐츠 같은 분야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을 만큼 변화가 빠른 산업분야다.

자동차는 결국 사람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차체’와 ‘소재’ 분야가 중요해질 것이다. 가볍고 튼튼한 ‘차체 부품’ 개발로 ‘경량화’를 이루고 안락하고, 안전하며,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만족감을 주는 ‘내부 소재부품’이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모빌리티퓨처포럼도 ‘자동차’ 자체보다,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삶의 변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계획은 세웠는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 대학과의 국제 교류가 많이 위축됐다. 새해에는 하루빨리 팬데믹 상황이 종식돼 학생과 교수, 연구자들의 해외 대학과 국제 교류 및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총장으로서 대학과 학생들을 위해 더욱 바쁘게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특히 대학의 연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 밀착형 연구중심대학 체제 구축’을 목표로 ‘KNU 리서치 비전 2030’ 전략을 마련했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유망학과를 선정해 연구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 기자재 등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자의 해외 파견 및 공동연구 과제 수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대학원 과정에서부터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협력모델을 구축해 대학의 인적 자원을 활용한 대학과 지자체 연구협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 또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우수 대학원생 장학금과 해외연수비를 지원하고, ‘학술연구교수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 임용 기회를 넓혀가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을 반드시 유치하겠다. RIS 사업은 지방소멸 위기 대응 및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교육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공모 선정시 최대 5년간 2140억원이 지원되는 대규모 국책사업다.

강원도는 데이터산업, 액화수소 산업을 핵심분야로 도전할 계획이다. 우리 대학을 주관대학으로 해 도내 14개 대학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네이버, SK에너지 등 관련 분야 대기업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지역별 특화산업에 맞춰 대학들의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위원회를 꾸려 교육과 정책, 산업 육성에 나서는 등 대학과 지역이 커다란 변화와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반드시 사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원대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싶은가. 총장께서 생각하는 비전과 목표가 궁금하다.

“강원대의 비전은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으로 203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이라는 비전은 우리나라 유일의 분단도(道)이자, 한반도 평화의 최전선인 강원도의 거점대학으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역할이다. 통일이라는 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지만, 미리 준비해야 하고 그것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 통일 이후의 사회적 통합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강원대가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국가적인 중대 사안을 맡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대학 스스로도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는 생각에 목표를 ‘203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우리 대학은 20여년 전부터 북한 원산농업대학에 컴퓨터 지원 및 씨감자, 옥수수 종자를 제공하는 등 교류사업을 이어왔고, 2018년에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일반대학원에 ‘평화학과’를 개설했으며, 통일강원연구원과 DMZ HELP센터를 중심으로 남북한 동질성 회복, 접경지역 환경보존 등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래융합가상학과나 자유전공학부, 학점당 학위제(micro degree) 등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DMZ 및 남북평화, 농축임업,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등 강원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의 연구를 위해 산학관연 간의 협업과 소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우리 대학은 내년부터 SDGs 관련 교양교과목을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글로벌 역량 수업을 강화했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갖춘 선도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임기가 끝나는 2024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학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높여 나가겠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다. 대학 입장에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교육은 정치적 이슈나 진영논리로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정해 나아가야 한다. 정권에 따라 대입제도나 대학평가 기준이 바뀌고,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한 교육정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내년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진 이유도 교육정책이 한 정권의 임기를 넘어선 장기적 관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국민과 교육계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수도권 집중화, 과도한 평가와 규제 등 대학이 큰 위기를 겪고 있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학의 위기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대학을 둘러싼 현실을 심층적으로 살펴본 후 범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개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줄세우기식 대학 평가와 일시적인 지원책은 학령인구 감소로 예정된 위기를 잠시 늦출 수도 있겠으나,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학생과 지원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해 고등교육 혁신을 저해하고,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대학을 지역 발전의 핵심주체로 여기고 대학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중장기 지원 정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급격히 줄어드는 학령인구를 고려할 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 김헌영 총장은 누구?

김헌영 총장은 경북 안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설계공학과 학사 및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잠시 재직했으며 1993년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기획처장, 정보화본부장, 의료기기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강원대 제11대 총장을 거쳐 12대 총장을 맡고 있다. 또 통일교육위원 강원협의회 회장, 강원지역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제24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모빌리티퓨처포럼 의장을 맡는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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