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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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클라우드 기반으로 IT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테크 업계 판세가 예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IT를 하지 않던 회사가 IT를 팔아 돈을 버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하던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돈을 벌고 있 듯, AWS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올려 예전과는 DNA가 달라도 많이 다른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다양한 산업 현장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흐름이 아닐까 싶다. IT나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데, 최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골드만삭스와 포드가 눈에 띈다.

골드만삭스도 AWS와 협력해 금융 고객들 위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 셔터스톡]
골드만삭스도 AWS와 협력해 금융 고객들 위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 셔터스톡]

세계 최대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개최한 테크 컨퍼런스인 이인벤트 행사에 참석해 AWS와 공동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 파이낸셜 클라우드 포 데이터(Financial Cloud for Data)를 발표했다. 파이낸셜 클라우드 포 데이터는 골드만삭스 기존 금융 고객들이 자사 데이터를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외신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AWS는 파이낸셜 클라우드 포 데이터를 위해 1년 이상 협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담 셀립스키 AWS CEO는 "한걸음 물어서서 보면 골드만삭스는 단지 금융 회사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이기도 하다"고 치켜세웠다.

미국 대형 완성차 제조 업체인 포드 자동차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포드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와 협력해 소규모 업체들을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준비 중이다. 협력 업체, 정비 엔지니어 외에 다른 업무 담당자들이 하는 문서 작업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구독형 SaaS를 내년 상반기 선보인다.

포드의 행보는 외부 경기에 민감한 완성차 제조 사업 외에 매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SaaS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 기존 자동차 사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나 경기 하락 등 외부 변수에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SaaS는 고객 기반을 만들면 상대적으로  보다 쉽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인연이 없다가 클라우드발 변화 속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기업들 사례는 국내서도 늘고 있다. 개인 사용자 대상 여가 플랫폼 회사로 많이 알려진 야놀자도 그중 하나다. 

야놀자는 호텔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주특기로하는 야놀자 클라우드까지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야놀자 클라우드는 지난 6월 야놀자와 별도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야놀자는 2019년부터 이지테크노시스(eZee Technosys), 젠룸스 등 해외 호텔 관리 솔루션 기업 및 온라인 여행사(OTA)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 호텔 디지털 마케팅 기업 호텔온라인(HotelOnline)과도 제휴를 맺는 등 야놀자 클라우드를 통한 글로벌 호텔 관리 솔루션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야놀자 클라우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호텔은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덜 돼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온프레미스(구축형) 소프트웨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인 오라클 역시 클라우드 기반 SaaS를 제공하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온프레미스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SaaS 모델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야놀자 클라우드는 보고 있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는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 호스피털리티(Hospitality) 업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에 최적화된 SaaS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클라우드 솔루션 기술 리더을 확보, 여행 산업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나 야놀자 모두 기존에 잘하던 사업 분야 역량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현하고, 이를 기존 고객 및 파트너들을 겨냥한 신규 사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잘아는 산업 분야인 만큼, IT에서 출발한 회사들보다는 해당 업종 만큼은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업체 설명이다. 이른바 버티컬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클라우드 확산 속에 기존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팔려는 비 테크 기업들의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노코드와 로우코드 플랫폼을 활용해 IT부서가 아닌 현업에서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늘어나듯, 클라우드 및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드는 비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늘고 있는 구도다.

이같은 흐름 속에 산업 경계의 파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놀자와 오라클이 경쟁하는 것은 예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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