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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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오는 23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항소심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유럽 13개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복수 지자체와 넷플릭스 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등 글로벌로 넷플릭스에 가해지는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규제 수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 등 자체 구축한 기술(캐시서버)로 망 이용대가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어떤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에게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s Provider)의 망 이용료 계약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법’을 발의한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의 최근 행보가 항소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유럽 대표 통신사 13개, 사실상 넷플릭스 대상 성명서 발표...이유는?

최근 로이터통신 등 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대표 통신사 13개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빅테크 대기업들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통신사들은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텔레포니카 ▲브리티시텔레콤(BT) ▲오렌지 ▲텔레콤오스트리아 ▲KPN ▲비바콤 ▲프록시무스 ▲텔레노르 ▲알티체포르투갈 ▲텔리아컴퍼니 ▲스위스컴 등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대표 통신사들이다.

이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유발되고 수익화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계획이 필요하다”며 “EU(유럽연합) 구성원들이 디지털 혁신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이 같은 상태가 지속가능하려면 빅테크 기업들이 네트워크 비용에 공정하게 기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측은 이에 대해 “CEO들이 빅테크 회사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넷플릭스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미국 13개 지방자치단체도 넷플릭스 등 대상 소송 제기...규제 형평성 차원 

이어 미국 13개 지방자치단체는 넷플릭스와 훌루를 상대로 콘텐츠 전송을 위한 도시 공공인프라 사용요금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지자체는 케이블TV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의 규제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테네시주 녹스빌 ▲인디아나주 피셔 등 13개 시가 넷플릭스·훌루를 상대로 프랜차이즈 사용료(franchise fee) 부과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사용료는 미국 지방 정부가 유선망을 활용해 인터넷, 전화,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부과하는 공공인프라 사용료를 말한다. 미국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는 케이블TV 기업이 광케이블을 도로와 지하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인프라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공공 인프라에 대해 합당한 이용대가를 지불하라는 취지다. 미국 케이블 기업은 지역 매출 약 5%를 프랜차이즈 사용료로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영상 제공이라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혀 이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미국 지자체들은 소장을 통해 “스트리밍 기반 영상서비스는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규제되는 광대역 인터넷 연결에 의존하고 있다”며 “케이블 TV 회사가 수십 년 동안 지불한 것과 동일한 운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공공의 인프라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해 방대한 매출을 올리는 만큼, 공공 인프라 유지에 기여하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미국 지자체의 요구는 망 이용대가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대형 글로벌 CP가 인프라 투자·유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할 수 있다. OTT가 대세로 등장하면서 데이터트래픽이 구글, 넷플릭스 등 소수 기업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제대로 된 비용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유럽과 미국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국내 2심 소송에 연관될 수 있을 지 주목...SK브로드밴드 측 활용할 듯 

오는 23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2심의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법무법인 세종)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에서 벌어지는 통신사와 넷플릭스 간 분쟁 상황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김앤장이다. 

SK브로드밴드 고위 관계자는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는데,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우리와 망이용료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없다. 우리는 협상에 대해 열려있는데,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와서 어떤 ISP에게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예전에 망사용료를 냈다가 지금은 내지 않는다는 말이 맞지도 않을뿐더러 맞다고 치더라도 그만큼 넷플릭스가 갑의 위치에 올라와 다른 ISP들을 찍어 누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법원의 랭캐스터 지자체-넷플릭스 간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의 OCA 네트워크를 통해 100% 영상 트래픽을 이용자들에게 전송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 통신사는 가까운 OCA와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랭캐스터 지자체 소송의 7월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우리의 서비스는 직접적으로 지자체의 통신 인프라를 직접 통하지 않는다”며 “프랜차이즈 수수료는 사용을 목적으로 빌린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자치법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 10월 아칸소, 텍사스 각 법원은 유사한 이유로 제기된 소송에서 넷플릭스 등 OTT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미국 지자체 소송의 경우 공공용 네트워크와 얼마나 유관한지를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분쟁 중 우리나라와 유사한 쪽은 유럽이다. 미국보다는 유럽이 그나마 우리나라 수준과 가깝게 촘촘히 네트워크가 깔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ISP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산업군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이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 계속 같은 입장 되풀이 하는 넷플릭스, 국회 과방위는 넷플릭스 대상 법안 발의 마쳐 

넷플릭스 입장은 다르다.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전송 부문 디렉터는 지난 달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주최 ‘세계 인터넷 상호접속 현황과 국내 망이용료 논쟁’ 세미나에서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대역폭에 콘텐츠를 주는데,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속도가 200Mbps고 이때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속도는 3.6Mbps로 2%가 채 되지 않는다”며 “이미 사용자들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 콘텐츠까지 훨씬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 이미 많은 서버(국내 통신사에 설치된 OCA)가 구축돼 있으므로 망 이용료가 추가로 발생할 이유가 전혀 없고, 추가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토마스 볼머 디렉터는 지난 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 전문가 간담회’에서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사용료를 지불한다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다.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어느 ISP에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 상호접속이라는 원칙 하에 한국 ISP만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힘들다”며 국내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생각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ISP와 함께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망 안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미 전혜숙, 변재일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등이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고, 최근엔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도 해외 CP의 망 이용료 계약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공정한 망사용료 지급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법적 명시하고,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 체결 시 이용기간, 전송용량, 이용대가 등 반드시 계약상 포함돼야 하는 내용을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한·미 FTA 위반 소송의 경우 특정 기업,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하지만 않을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과방위 의원들의 발의 법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체 CP를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한·미 FTA 위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 측은 “지난 1심 판결에서 망 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가 결코 무상이 아니며, 망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전송하며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는 최종이용자와는 별개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망 이용시장에서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에 관해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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