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수 두손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두손컴퍼니]
문성수 두손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두손컴퍼니]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이커머스)이 가지는 중량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온라인에서의 창업 수요가 높아졌다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엔 아직 비어있는 부분들이 많고 걸음마 단계란 평가다. 이커머스와 관련해 풀필먼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풀필먼트란 물류 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 입고와 포장, 주문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을 산 뒤 빠르게 배송이 오는 서비스 정도로 체감할 수 있는데 판매자가 풀필먼트와 관련해 느끼는 부분은 이와 결이 다르다. 특히 이제 막 창업을 했다거나 사업 규모가 작은 판매자일수록 모든 걸 직접 챙기기는 어려워 풀필먼트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이커머스 사업에 있어 배송 서비스가 핵심 차별화 요소로 꼽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을 보고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들고 있다.

서비스형 풀필먼트 품고와 솔루션(창고관리시스템·WMS) 핸디봇을 운영하는 두손컴퍼니도 그 중 하나다. 2012년 7월 설립된 두손컴퍼니는 사업 초창기부터 풀필먼트 사업을 전개해 온 건 아니다. 창업자인 박찬재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퇴치'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오다가 2015년 피보팅(빠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을 통해 풀필먼트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 지금에 이르렀다.

문성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공학 학사를 조기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에서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경험이 있다. 올 초 두손컴퍼니에 합류한 건 회사가 지향해 온 사회적 영향(소셜 임팩트) 부문에 공감해서다.

두손컴퍼니는 파주, 남양주 등지에 물류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근무하는 인력의 30%를 사회적 약자, 취약 계층을 채용하고 있다. 문 CTO는 두손컴퍼니가 그동안 강조해 온 사회적 미션 실행을 함께 하며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연구를 이어가겠단 목표다.

예를 들어 용인에 소재한 물류센터는 5500평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서비스형 풀필먼트(품고) 개발 및 운영을 통해 상품 수요, 재고 예측을 하는데서 나아가 이 물류센터 안에서 관련 인력들이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동선을 예측, 실제 적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올 중순 꾸려진 데이터 팀과 함께 이밖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방향성을 공유한다.

문 CTO는 "물류 산업은 전반적으로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 여전히 노동 집약적인 부분들이 남아있는데 기술이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손컴퍼니 서비스형 풀필먼트 '품고' 도식도. [사진: 두손컴퍼니]
두손컴퍼니 서비스형 풀필먼트 '품고' 도식도. [사진: 두손컴퍼니]

두손컴퍼니는 24시(하루 끝 자정, 다음날 0시)까지 들어온 주문을 당일 새벽에 출고하는 '24시 주문 마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실제 구매자(이용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최종 과정은 택배사가 맡는 식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두손컴퍼니는 이커머스 판매자(사업자) 대상 솔루션 개발 및 운영에 집중하는 구조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인공지능(AI)·딥러닝 기술을 활용, 상품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물류센터에 축적해 놔 보다 빠른 배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문 CTO에 따르면 평소 물량 기준으로 재고 예측 오차는 1% 미만이다.

품고가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라면 핸디봇은 다양한 판매처에 내놓은 상품을 보다 쉽게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솔루션이다. 규모가 영세한 사업자일수록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판매 채널이 다양한 편이다. 오픈마켓 입점도 한 군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 운영 및 관리가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게 된다.

그는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판매처에서 들어온 주문서들을 내려 받아 확인하고 상품을 준비한 뒤 송장을 뿌리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핸디봇을 활용하면 이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핸디봇도 앞으로 갖춰가야 할 것들이 다양하다는 게 문 CTO 설명이다. 해외에 상품을 파는 경우엔 핸디봇을 통해 관세 등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기본적인 고객응대(CS)도 가능하나 아직까진 판매처에 직접 접속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에 더 다양한 기능을 덧붙여 핸디봇이 종합 솔루션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단 포부다. 

인터뷰하는 문성수 두손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디지털투데이]
인터뷰하는 문성수 두손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디지털투데이]

두손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약 70억을 기록했다. 올해 216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금은 320억이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기본(스탠다드) 상품 외에 가격 부담이 30~40% 정도 적은 버전(라이트·Lite)도 선보여 운영하고 있다. 상품 포장 등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에 대해선 자동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덜어 장벽을 낮추겠단 것이다.

누적 고객사는 1000여곳이다. 고객사는 중소사업자(SME)부터 중소기업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두손컴퍼니 고객사가 다루는 상품 카테고리 중 비중이 높은 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상품들이 물류센터에서 재고를 관리하기 용이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강점을 보여 온 것으로, 앞으로 취급 상품 카테고리는 꾸준히 넓혀간단 계획이다.

문 CTO는 "기존 택배(물류)와 달리 풀필먼트는 확장할 거리가 다양해 장기적으로 많은 상품이 두손컴퍼니를 거쳐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판매자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한 만큼 기술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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