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승래 국회의원, 양정숙 국회의원, 김영식 국회의원 [사진 : 과기정통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승래 국회의원, 양정숙 국회의원, 김영식 국회의원 [사진 :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알뜰폰(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이 출범 11년을 맞아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알뜰폰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합산 점유율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종량제, 수인배분식 망도매대가 역시 전년보다 인하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시장이 1000만 가입자 정체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살 깎아먹기식 요금 경쟁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등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망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 지원도 앞으로 계속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역 근처에 위치한 알뜰폰 홍보관 ’알뜰폰 스퀘어‘에서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행사를 열고 국내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는 알뜰폰이 도입된지 11년 만에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은 아주 뜻깊은 성과를 이룬 해”라며 “알뜰폰 업계에서도 가격 경쟁력에 더해 이통3사에서 시도하지 않는 다양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라고, 이를 위해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역시 “오늘의 결실은 그동안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알뜰폰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사업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함께 연합해 실현된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자들은 알뜰폰 고도화 등 더욱 고객에 다가가는 노력을 적극 추진해 알뜰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뜰폰은 SK텔레콤 · KT ·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통신망을 도매 형식으로 빌려 자체적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통신 품질은 사실상 같으면서 판매비·유통비·광고비 등을 줄여 요금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멤버십 포인트 등이 없고, 이통사 대리점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알뜰폰 제도는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2010년 9월 도입됐다. 11년 만인, 지난 21일 기준 가입자 회선 수 1007만명을 기록했다. 휴대폰 가입자가 598만명(선불 163만명·후불 435만명), 사물지능통신(M2M) 가입자가 435만명이다. 알뜰폰은 2015년 가입자 500만명을 넘어섰고, 도입 11년 만인 올해 11월 첫째 주 1000만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911만명)과 비교해 약 10개월 만에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기존 통신사와는 달리 약정에서 가입조건이 자유로운 자급제 단말기와 결합하는 조합으로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쿠팡·11번가 등 이커머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와 조합해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알뜰폰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 다양화와 이용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알뜰폰의 종량제 도매대가를 낮췄다. 종량제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음성·데이터·단문메시지의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것으로 데이터는 MB당 2.28원에서 1.61원으로, 음성은 분당 10.61원에서 8.03원으로 내렸다. 데이터 도매대가는 지난해 22.8% 인하에 이어 올해 29.4%를 인하하며 처음으로 1원대에 진입했고, 음성 도매대가도 24.3% 낮췄다.

알뜰폰 사업의 주력 시장인 LTE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의 수익배분대가율도 2% 포인트씩 인하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제공량 100GB인 6만9000원짜리 요금제의 도매대가를 62%(4만2780원)에서 60%(4만1400원)으로 줄여 알뜰폰 사업자가 더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알뜰폰 시장이 이통3사 자회사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뜰폰 등장을 통해 당초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알뜰폰 시장이 사실상 자회사를 앞세운 이통3사가 주도하는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37% 수준이던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7월 기준 46.6%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알뜰폰 맞춤형 요금제를 검색, 가입할 수 있는 종합포털 ‘알뜰폰허브’ 사이트에서 월 4750원에 자급제폰 파손보험을 운영해 알뜰폰과 자급제폰의 결합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이용자의 편익 개선에도 나선다. 비대면 개통 중심인 알뜰폰은 지금까지 온라인 본인확인수단이 범용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 제한적이어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전자서명법 개정·시행 이후 다양한 민간 전자서명이 본인확인 수단으로 확대됐고, 다음달 셋째 주부터 다수 알뜰폰 사업자들이 페이코 인증서, 네이버 인증서 등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휴대폰 e심(e-SIM) 도입방안도 업계 협의를 거쳐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알뜰폰을 온라인으로 가입·신청하면 유심을 택배로 수령하고 콜센터 연결을 거쳐야 해 개통까지 길게는 2~3일이 소요된다. e-SIM 서비스가 도입되면 온라인 개통 중심인 알뜰폰의 유심 개통 불편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또한 KB국민은행과 KMVNO협회는 내년 알뜰폰 전용 홍보관인 ‘알뜰폰스퀘어’를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다만, 알뜰폰이 지금보다 성장하기 위해선 요금 경쟁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처럼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지원 등에 의지한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마다 망도매대가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대상으로 계속 할인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파사용료 면제 역시 과기정통부가 기획재정부와 계속 협상할 수 밖에 없는데, 지속적인 면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선구매제 등을 통해 이통사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차별적 요금제(틈새 요금제)를 자체 설계해 출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작년 종량제 도매대가가 대폭 인하되며 자체 설계 요금제 등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미약한 편이다.  

이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쟁하면 구조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보해주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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