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막막하다. 비정상적인 단말시장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국회서 발목이 잡혀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단통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피해가 가중되는 것은 소비자다.

단통법 논의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틈에 이통시장은 혼탁과 과열 양상을 지속했다. 보다 못한 방통위가 보조금 단속을 강화했지만 그로 인해 시장이 얼어붙어, 대부분의 소비자가 줄어든 보조금에 울상을 지었다.

보조금 단속에도 고가 보조금이 암암리에 투입됐지만 극히 일부 소비자만 그 혜택을 누렸을 뿐, 대다수의 소비자는 스마트폰 단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하여 불법적인 소비자 보조금 차별 지급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와 요금제를 분리해 현재의 기형적인 단말기 판매 구조를 개선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법안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유통망을 분리함으로써 향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업계는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사항별로 통신사, 정부, 제조사, 유통업계, 알뜰폰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점을 찾는데 몇 개월이 소요됐다. 특히, 단말기 제조업체가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다가 최근에서야 정부가 제조사 자료제출과 보조금 상한제를 3년 일몰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점이 겨우 도출됐다.

단통법은 통과돼도 제대로 시행되기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각 업체의 입장을 고려해 세부사항을 조율해야 하고, 시행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갈 길이 구만리다.

그런데 여기에 여야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두고 맞붙으며, 단통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단통법 뿐만 아니라 주요 ICT 법안 등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가계통신비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부터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실제로도 국민이 그 영향력을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다. 단통법은 중요도와 시기상으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사안이다. ‘윗분’들의 이해관계 다툼에 국민의 편의성이 담보로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과거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호갱’이 됐다면, 지금은 불투명한 정책 대응이 국민들을 ‘호갱’으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90%는 언제쯤 ‘호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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