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운영하는 통신 네트워크에 클라우드 기술의 침투가 거세다.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같은 업체들이 제공하는 전용 통신 장비가 아니라 범용 서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통신 네트워크를 운영하려는 관련 업계 시도가 각국 통신 업체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후발 이동통신 업체들에겐 범용 서버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클라우드 통신 네트워크는 구축 및 비용을 절감해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요충지로도 부상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새로 뛰어든 미국 디시네트워크와 일본 라쿠텐의 경우 차별화 전략으로 아예 5G 통신 네트워크를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으로 꾸렸다. 이릍 통해 비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통신 장비 회사들 인프라로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은 비쌀 뿐더러 관리도 만만치 않다. 반면 가상화된 네트워크는 통신 신호 처리 같은 기능을 범용 서버 기반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기 때문에 통신사들 입장에선 자본 투자와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WSJ은 라쿠텐 사례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커머스가 주특기인 라쿠텐은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에 이어 일본에서 4번째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 입장에서 기존 빅3 업체가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한 구도를 흔드는 것은 만만치 않다. 라쿠텐도 기존 업체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상화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라쿠켄은 통신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구성 요소들을 클라우드를 통해 가상화화하고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개별 기기들과 연결되는 안테나를 탑재한 무선 기지국은 물론 기기들 사이에서 트래픽을 전송하는 코어 네트워크까지 클라우드화했다.
라쿠텐은 물리적인 기지국은 여전히 현장에 투입한다. 하지만 라쿠텐이 쓰는 기지국은 음성 통화나 데이터 요청을 처리하는 특화된 하드웨어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라쿠텐 기지국은 개별 기기들에서 나오는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클라우드에 있는 소프트웨어로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정도다.
라쿠텐 같은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는 업데이트가 개별 기지국 단위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원격에서 한번에 이뤄지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낮다고 강조한다.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자연재애가 발생한 지역을 고려해 네트워크를 조정하고 바꾸는 것도 쉽다는 설명이다.
WSJ은 라쿠텐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40% 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100억달러 가까운 지출을 하고 있지는 그래도 기존 방식에 비해서는 저렴하다는 얘기다. 라쿠텐은 운영 비용도 대형 통신사들보다 3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WSJ은 전했다.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절감한 것을 기반으로 라쿠텐은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은 무제한 요금제를 월 30달러에 내놨다.
라쿠텐은 자사 기술을 독일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1&1 AG에도 제공한다. 1&1은 올해말까지 이동통신망 구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라쿠텐과의 협력해 대해 5G 잠재력을 활용하고 소수 글로벌 회사들로 제한돼 있는 공급망보다 보다 나은 선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 AT&T, T모바일에 이어 전국망 이동통신 서비스에 뛰어드는 위성 텔레비전 업체 디시 네트워크가 클라우드 기반 통신망을 선택했다. 디시는 세계 최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돌아가는 5G 네트워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말 네트워크 첫 테스트를 시작한다. 찰리 에르겐 디시 회장은, 8월 실적 발표에서 "가상화는 기존 인프라가 없는 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상화는 통신 사업을 변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대담한 실험하지만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WSJ에 따르면 다키시 코세이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유연성과 비용 때문에 클라우드 네트워크는 결국 5G 서비스에서 필수가 되겠지만 당분간은 트래픽 속도에서 최적화된 장비를 사용하는 기존 네트워크에 우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쿠텐 스타일 네트워크가 기존 업체들 인프라보다 비용 효율적이라고 증명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범용 서버는 보다 많은 전기를 소모할 수 있고, 신생 회사로서 라쿠텐은 대규모 트래픽에 대한 테스트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생 업체들 외에 기존 통신 업체들도 클라우드 기반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NTT도코모의 경우 코어 네트워크 절반 이상을 범용 하드웨어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또 기지국을 제외하고 2025년까지 코어 네트워크를 가상화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버라이즌과 삼성전자와 협력해 가상화 기반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양대 통신사중 하나인 AT&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5G 코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2019년 AT&T가 애저 클라우드를 소프트웨어 개발 및 다른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2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은 후 나온 것이다. 당시만 해도 AT&T는 코어 네트워킹 기능은 자체 프라이빗 데이터센터에서 계속 돌린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안드레 푸에치(Andre Fuetsch) AT&T CTO는 퍼블릭 클라우도 업체로 바꾸는 것은 AT&T로 하여 금 5G를 보다 많이 쓰게 하거나 사용자용 새로운 기능들을 개발하는 대규모 개발자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