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일 케이블TV방송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장(CJ ENM 저작권팀 국장) [사진 : 백연식 기자]
황경일 케이블TV방송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장(CJ ENM 저작권팀 국장) [사진 : 백연식 기자]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되는 음악사용료 정산을 두고 방송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이하 음저협) 사이에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이하 PP협의회)가 다음 달 정부부처에 중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되는 음악 사용료 정산과 관련한 PP와 음저협의 갈등은 지난해 협상 결렬 이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저협은 지난 5월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PP들은 음저협이 제시한 표준계약서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하거나, PP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닌 음저협이 주체가 된 계약서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2021 방송 저작권 실무 교육’에서 황경일 케이블TV방송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장(CJ ENM 저작권팀 국장)을 만났다. 실무위원회에 CJ ENM 계열과 지상파 계열 등도 들어와 있다. 그는 문체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공문을 협회로 모아서 주무부처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문체부가 제 식구(음저협) 감싸기를 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11월 중 진행될 것 같다. 문체부, 과기정통부, 방통위 순으로 진행된다. 그 이후 공정위도 제소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에 액션을 취하면 어떤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때문에 (문체부, 과기정통부, 방통위 등) 3개 부처를 다 돌았는데 과기정통부나 방통위 입장에서 문체부에 어필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다른 부처가 개입하기 전에 문체부가 스스로 움직여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공정위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는데 음저협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서 공정위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P들은 음저협이 제시한 표준계약서가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작성하지도 않았고 PP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닌 음저협이 주체가 된 계약서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표준계약서를 만들 당시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나, 사용료 협상에서 이견이 있던 PP는 배제되고, 기한 내 설문 답변을 제출하지 않은 사업자는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PP협의회 측은 음저협 표준계약서에 맞서서 자체 표준계약서를 만들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PP협의회와 음저협은 지난 2017년까지 단체 협상을 통해 음악사용료를 정산해왔다. 기존 계약이 끝난 후 2018년부터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양측은 지금까지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음저협은 자체 ‘표준계약서’를 제시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2018년부터 음악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황 위원장은 협상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표준계약서’의 불법성과 불공정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음저협이 제기한 표준계약서가 이중징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음악저작물 신탁비율도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그는 음저협이 제시한 표준계약서의 가장 큰 문제로 이중징수를 꼽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법적 접근으로 (음저협은) 이중징수가 가능하게 표준계약서를 수정했다. 기존의 저작권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이라며 “방송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고 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회원사들이 합의를 했지만 독소조항도 모르고 계약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채널 등록 기준 102개 PP 사업자 중 30여곳이 음저협의 표준계약서를 체결했다. 최근 스카이라이프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위원장은 “현황 파악이 안되고 있다. 30개 PP 회원사가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협회 쪽에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우리 회원사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며 “협회 밖의 PP들과 계약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표준계약서가 아주 교묘하게 돼 있다. 독소조항도 모르고 계약했을 가능성도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굉장히 의외”라고 언급했다. 

정부 개입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음저협은 문체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단체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허가 사업자의 굴레에서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잘 관리해달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들은 음저협이 다 가지고 있다. 보편적인 가이드라인을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음저협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하니까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체부가 관리감독을 해달라는 것이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6개월 및 과징금 처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음저협이 제시한 음악저작물 신탁비율이 저작권법에 따른 문체부의 승인 없이 자의적으로 산출해 저작권법에 위배된다고도 지적했다. 음저협이 관리하지 않고 있는 퍼블릭도메인(저작권자 사망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한 곡) 등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고려하지 않고 신탁비율을 책정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음저협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P들은 지난 2017년까지의 요율을 기준으로 음악사용료를 정산하고 차후 계약 체결 시 차액을 정산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사용료를 정산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음저협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동안 파트너십이 잘 이뤄졌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며 “음악 없이 방송 산업을 할 수 없고, 음악 단체도 방송사 없이는 콘텐츠를 알릴 수 없다. 윈윈 관계다. 상호 간 배려, 존중,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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