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유튜브]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유튜브]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등장하면 은행의 전통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4일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원 24주년 기념으로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가져올 금융산업의 환경 변화'에 대해 강연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관련 연구 또는 실무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배경으로 장 연구위원은 ▲가상자산과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 ▲지급결제체계 개편을 위한 국제 공조 본격화 등을 꼽았다.

장 연구위원은 주요국들이 CBDC를 도입하고 광범위하게 통용되면 기존 금융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간편결제 옵션에 CBDC가 추가될 것으로 보고 스마트 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 기반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같은 환경은 은행의 전통적 기능을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위원은 "(페이라고 불리는) 지급결제 핀테크 서비스는 은행 시스템 기반이기에 결제용 자금이 상당 부분 은행 계좌의 잔액으로 존재한다"며 "반면 CBDC의 경우 은행 시스템과 지급결제가 분리돼, 지급결제에서 은행 계좌나 은행잔고가 불필요해 진다"고 설명했다. 

이자를 지급하는 CBDC를 도입하게 되면 예금의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장 연구위원은 "은행 예금 금리가 CBDC 금리보다 낮으면 예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예금 기반이 줄어들면 신용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 이에 주식,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론에 참여한 김영식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학계 논문을 인용해 이자 지급이 가능한 CBDC는 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을 불러오고, 이는 현금 수요는 줄고 예금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에 독과점 구조에 가까운 현 은행 시장 구조에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은행은 또 간편결제 핀테크 영역으로만 간주돼 온 '전자지갑' 부문에서도 경쟁하게 된다. 장 연구위원은 "CBDC를 도입하게 되면 사람들은 은행이 공급한 전자지갑을 통해 자신의 CBDC를 보관하고, 은행은 이 보관된 자금을 금융서비스로 유치할 수 있다. 이에 전자지갑은 은행 산업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장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수단으로 CBDC 금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외환 청산이나 결제 방식에 있어 각국의 CBDC 시스템이 연계되면 외환 거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에 토론에 참여한 권오익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어떻게 설계된 CBDC를 도입하냐에 따라 금융 시장에 주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권 부연구위원은 "이자를 지급하는 CBDC인지, CBDC 유통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주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CBDC 발행에 있어 편익과 비용을 따져 비교 분석해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와 CBDC 모의실험 연구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8월 말부터 본격 실험에 착수했다. 한국은행은 또 지급결제 및 시장인프라위원회(CPMI)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운영그룹 멤버로 스테이블코인 보고서 논의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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