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디지털투데이 김양하 기자]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악조건 속에서도 1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경제 등을 4대 신사업을 내세운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며 '미래형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로보틱스와 수소경제 분야의 도약은 눈부시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기업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선택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 스팟,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그리고 창고작업용 로봇 스테레치를 개발하는 등 로봇 분야에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온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과연 현대차그룹에서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사재까지 출연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현대차 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AI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인간의 편리함을 돕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은 최근 스팟을 활용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개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에 이어 스트레치 상용모델을 내년에 출시하는 등 차근 차근 상업화를 통해 시장을 장악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아마존도 가정용 로봇을 선보였고, 테슬라도 내년에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로보틱스 시장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로보틱스 시장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이 압도적이어서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과 현대차그룹 'AI 유닛'이 접목된 로봇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과 현대차그룹 'AI 유닛'이 접목된 로봇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정의선 회장의 활약이 눈부시다.

정 회장은 글로벌 수소 전도사를 자처할 만큼 수소경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수소기업협의체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SK그룹, 포스코와 함께 수소기업협의체 공동의장사를 맡고 있으며, 첫 간사를 맡아 3000억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공개했으며,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소경제를 주도하게 된 것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뚝심 덕분이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집중할 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차에 꾸준히 투자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런 노력에 결실을 맺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지난해 세계 수소전기차 중 최초로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말까지 2만대 이상 판매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대형 차량과 트램, 기차, 선박, UAM은 물론 빌딩, 공장, 발전소 등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무인 장거리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과 100kW급, 200kW급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도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레일러 드론을 소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 현대차그룹]
트레일러 드론을 소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분야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도전자의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앱티브와 함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그룹 회장 취임 전에 합작법인이 만들어졌지만 당시 부회장이던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모셔널은 지난 8월 미국 LA에서 로보택시를 시험주행했고, 아이오닉5 로보택시도 선보였다.

오토파일럿을 개발해 전기차에 적용해 각종 데이터를 축적 중인 테슬라에게는 뒤지지만 그래도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은 인프라 구축때문에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술력을 축적하며 다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사진: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사진: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4대 신사업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만 기존 사업들도 1년 동안 좋은 실적을 거뒀다. 

완성차 업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도 현대차그룹은 선방을 하고 있다.

테슬라나 토요타보다는 영향을 받았지만 그래도 GM 등 다른 완성차에 비해 좋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이 1년치 부품 재고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는 제네시스와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이 두드러진다.

제네시스는 9월까지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어난 14만4000여대를 판매했다. 

미국 시장에선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렉서스에 이어 고급차 브랜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를 올해 9월까지 전년 대비 68% 증가한 53만2000여대를 판매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117만5000여대를 판매해 33.1%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10%로 전년 대비 1.5% 포인트 높아졌다. 

유럽에선 지난 8월까지 66만3000여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8.3%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1%에서 올해 8.1%로 1% 포인트 상승했다.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도 순항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호조로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고, 대규모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착공하는 등 친환경 관련 분야에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과 해외건설 수주 호조로 좋은 성적표가 예상된다.

현대제철도 2분기부터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 노사관계·지배구조 개선은 숙제

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에도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림자도 있다.

고질적인 문제인 노사관계는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 모두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온라인 판매와 전기차 라인 배정 등을 놓고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그룹이 강성 노조때문에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 아니냐고 추측할 정도다. 

지배구조 개선도 정의선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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