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오른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달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 에서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승일(왼쪽부터) 힐링페이퍼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임 장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오른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달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 에서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승일(왼쪽부터) 힐링페이퍼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임 장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이른바 포털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불리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명칭을 새롭게 내세우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공정위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포럼 등을 통해 최소 규제 원칙을 주장하며 과기정통부 역시 관련(유관) 부처인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 지금은 온라인(디지털) 플랫폼 직접 규제를 하지는 않겠지만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을 앞두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디지털 뉴딜을 주무부처 입장에서 추진하고 있는데다가, 디지털 포용 역시 정책 과제이기 때문에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에서 이른바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을 상대로 한 규제를 과기정통부·방통위·공정위 중 어느 부처가 주도적으로 맡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날로 영향력이 커지는 디지털 플랫폼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 경쟁과 혁신환경 조성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국감을 앞두고 지난 달 29일 서울 그랜드센트럴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디지털 플랫폼의 규제뿐만 아니라 건전한 발전과 혁신 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적 논의를 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과기정통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국감을 앞둔 상황이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 포럼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국감은 사실상 카카오 국감, 플랫폼 국감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이슈가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골목상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수수료 부과’ 논란 등으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 기업은 이번 국감에서 과방위는 물론, 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각 상임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 달 29일 열린 디지털 플랫폼 관련 포럼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플랫폼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마스크앱, 잔여백신 예약, QR체크인 등 플랫폼이 가진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했다”며 “초거대 AI 등 신기술 투자,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놀 수 있는 혁신의 장 마련 등 우리나라 성장 동력의 최전선에 있다”고 이들의 사회적 기여와 역할을 오히려 격려했다. 

이어 임 장관은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 요구가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카카오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최근 불거진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탈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이어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플랫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문제개선 방향과 혁신 창출을 위한 정책방향 도출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디지털 플랫폼을 키워드로 꺼내 들며 국감을 앞두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김본환 로앤컴퍼니(로톡 운영사) 대표,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운영사) 대표,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장 등을 부른 것은 어떤 목적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1일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지만 임 장관은 이들 플랫폼 기업의 긍정적인 부분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사실상 편드는 입장을 취했다. 임 장관은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글로벌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에게 규제를 적용했는데 국제 무역협상에 의해 외국 기업에게 적용하지 못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만 낮추게 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카카오는 최근 상생협력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플랫폼 기업들에게 이런 사회적 요구 방안에 대해 소통할 수 있도록 정책포럼을 이어갈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을 사실상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과기정통부가 플랫폼 기업에게 비판과 규제보다는 오히려 격려하는 입장을 취한 것인데 온라인 플랫폼 단어를 먼저 주도한 공정위의 입장은 과기정통부와는 전혀 달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5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공정위의 주요 업무추진현황·정책추진 방향을 설명하며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저해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소비자 친화적 정책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거 그는 “공정위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설치해 디지털 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면서 “디지털 분야의 불공정행위 및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 들어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사이트’란 뜻의 포털이라는 대명사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입법예고할 때부터였다. 유럽연합(EU) ‧ 일본 등은 온라인플랫폼 분야의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을 완료했다. EU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EU 이사회규칙’을 지난 2019년 7월 11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지난 2020년 6월 3일 제정한 상태다. 포털은 네이버·카카오만 해당될 수 있지만 온라인(디지털) 플랫폼이란 단어는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등의 인터넷 기업까지 포함시키기 용이하다.

그런 만큼 차기 정부 개편을 앞두고  공정위가 띄운 온라인 플랫폼이란 키워드를 그대로 쓰는 것에 부담을 느껴,  과기정통부가 디지털로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이나 온라인 플랫폼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온라인이 포털만 지칭하는 한정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디지털은 모바일 등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 관계자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예고를 한 순간부터 (포털 대신)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준비할 때 EU 이사회규칙을 참고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관계자는 “온라인은 (범위가) 한정적일 수 있지만 디지털은 온라인보다 더 많은 것을 포괄하는 확장적인 개념”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아주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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