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정부·공공기관들이 녹색금융, 금융사기대응, 건설금융, 금융중심지, 블록체인 등 각종 금융이슈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규제에 몰두하는 사이에 금융권 새로운 먹거리들이 다른 부처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달부터 올해 12월까지 녹색금융 상품개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환경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녹색금융 상품 관련 국내외 동향을 조사하고 녹색금융 상품 활성화 로드맵(안)과 세부과제도 수립할 예정이다.

한발 더 나아가 환경부는 금융 분야에 환경라벨링(또는 에코라벨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상품들 중 환경성과가 우수한 상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올해 연말까지 녹색금융 상품 활성화 로드맵과 환경라벨링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내년에는 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기존의 위조지폐 대응과 별도 항목으로 금융범죄 대응을 주요 업무로 소개했다. 기존에 국정원은 위조지폐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금융범죄를 다뤄왔다.

국정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국가정보원법에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국정원은 경제질서 교란 행위가 국제금융범죄라고 해석했다. 국정원은 한발 더 나아가 보이스피싱, 피싱, 가상자산 다단계 범죄, 국제금융사기 등도 업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데이팅 앱 악용 신용 금융사기를 경고했는데 이 내용을 전 세계 대한민국 대사관, 영사관 등에 전파했다. 이에 대사관들은 금융사기 경고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들은 데이팅 앱 금융사기 내용을 국정원이 대사관들에 전파한 것에 대해 금융사기 대응 업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해석한다. 국정원이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금융사기 대응과 관련해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중심지(금융허브)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서울시, 부산시, 전라북도 등 지자체에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세종시 국회 이전과 연계한 금융중심지 재편 방향을 연구했다. 서울시, 부산시, 전라북도 등 각 지자체도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금융위원회는 상대적으로 금융중심지 이슈를 잘 다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공공금융기관 지방 이전 문제도 여당과 지자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전부터 금융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가상자산(암호화폐)과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은 강력히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올해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4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이슈와 관련해 신고, 규제에 역량을 집중했다. 29개 가상자산 거래소와 13개 사업자 등 총 42개 기업이 신고했다. 하지만 실명계정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모두 받은 4개 거래소만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가상자산 업계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블록체인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3개 기관은 오는 12월 블록체인 진흥주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흥주간에서는 전문가 컨퍼런스는 물론 블록체인 사업 성과발표회, 핀테크 해커톤 시상식, 블록체인 유공자 포상 등이 진행된다. 3개 기관이 진행하는 진흥주간 행사에서는 금융 분야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 발표 등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위가 가상자산 규제에 몰입하는 사이에 블록체인 이슈를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국토교통부가 건설금융, 주택금융 등의 분야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고 또 경찰청, 검찰청 등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와 관련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각 정부 부처, 공공기관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금융이슈 등을 자신들의 업무로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최근 대출 규제, 플랫폼금융 규제, 가상자산 규제 등 기존 금융 이슈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금융은 ESG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슈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역시 금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 분야다”며 “금융위원회가 각종 규제 이슈에 매달리면서 새로운 금융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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