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빅테크 기업의 간편결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들이 계열사들과의 협력으로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빅테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열 카드사가 내놨던 간편결제 서비스를 리브랜딩하거나 다른 계열사까지 연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NH농협카드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올원페이를 리브랜딩한 통합결제플랫폼 'NH페이'를 오픈했다. NH페이는 계좌결제 서비스를 탑재해 농협은행 및 농·축협 계좌가 있으면 농협카드가 없어도 전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NH페이의 경우 농협 유통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인 '농협몰' 과 연계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NH페이 애플리케이션(앱) 내 농협몰 페이지에서 농산물 구매가 가능하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본업을 뛰어넘어 생활·편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NH페이를 오픈하게 된 것"이라며 "범농협의 강점을 활용해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페이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인 NH머니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머니나 네이버페이 포인트처럼 NH머니를 충전해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한카드도 내달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PayFAN)'을 개편한 '신한pLay(플레이)'를 선보인다. 지난 4월부터는 신한페이판에 통합결제서비스 '신한Pay 계좌결제' 서비스가 출시돼 신한은행 계좌만 있어도 간편결제가 가능케 됐다.
새롭게 개편된 신한플레이는 '라이프(Life)'를 더한 점이 특징이다. 결제부터 자산관리에 이르는 금융생활뿐 아니라 라이프 콘텐츠까지 더한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카드도 계열사와의 협력으로 차별화를 도모한다. 지난 24일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앱에서 우리카드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우리페이'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WON뱅킹 앱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부터 간편결제까지 가능하게 됐다. 최근 우리은행은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통해 'My택배'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별도의 플랫폼이 아닌 은행 앱을 기반으로 생활금융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0월 기존 앱카드를 업그레이드한 'KB페이'를 출시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뿐만 아니라 계좌, 상품권, 포인트 등의 결제수단까지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등 생활 편의 서비스를 내놓는 동시에 오픈뱅킹을 통한 KB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연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급변화하고 있는 지급결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편결제 이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빅테크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지급결제 시장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559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969억 원)보다 12.5% 늘었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에서 발생한 이용금액은 2762억원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금융회사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1591억원에 그쳤다.
박 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은 편의성, 범용성 및 자체 플랫폼 부재 등으로 간편결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이 하락세를 지속됐다"고 봤다. 게다가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결제에 특화된 앱을 별도로 내놓는 등 빅테크사들의 오프라인 결제 확장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간편결제를 지원하면서 계열사 및 이종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생활편의 서비스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카드사들은 온라인 부문에 있어 다양한 사업자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프라인 부문은 기존 가맹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혜택 및 결제 편의성 제고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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