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로 카카오 그룹 금융회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지: 카카오뱅크]
금융당국의 규제로 카카오 그룹 금융회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지: 카카오뱅크]

빅테크 기업들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다. 좀 세다 싶은 법안들이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테크 기업들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져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론이 나름 설득력을 확보해 나가는 분위기다. 일부 조사 결과를 보면 빅테크 규제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다. 테크 기업들이 혁신 저해론으로 타오르는 규제론에 맞불을 놓기는 예전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과 제도 차원에서 어느 정도 규제는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큰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와 '얼만큼'을 놓고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거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0월 국정 감사를 앞두고 빅테크 규제의 디테일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투데이가 빅테크 규제론이 점점 불거지는 배경과 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혁신의 선봉장에서 규제대상으로 전락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시중은행, 금융그룹 등 기존 금융권의 견제에도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속도전으로 이어진 빅테크의 금융 확장이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 해당여부를 검토한 결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법 적용 대상이 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금소법은 3월 25일부터 시행됐으며 9월 24일까지 계도기간이 적용됐다. 그런데 온라인 금융플랫폼 업체들은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단순 광고대행’이라며 금소법상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영업을 해왔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업체들도 금소법 적용대상인 ‘중개행위’를 하고 있다며 등록을 요구했다.

금융위, 금감원은 9일 핀테크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다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 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예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위법소지가 있음에도 자체적인 시정노력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간담회에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네이버파이낸셜, 마이뱅크, 뱅크샐러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SK플래닛, NHN페이코, 팀윙크, 핀다, 핀마트, 핀크, 카카오페이, 한국금융솔루션, 해빗팩토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이 플랫폼 금융에 대한 규제에 나서면서 주식 시장이 요동쳤다. 8월 한 때 9만4000원을 넘어섰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9월 13일 6만4600원까지 내려갔다. 카카오뱅크 뿐 아니라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까지 영향을 받아 9월 7일~9일 이틀 사이 카카오 그룹사의 시가 총액 10조원이 빠졌다.

네이버 주가 역시 9월 초 44만~45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9월 9일 종가 39만9000원을 기록하며 4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카카오페이 IPO 어쩌나...규제 대상 어디까지

카카오페이의 상장(IPO)에도 이번 규제가 영향을 주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10월 14일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다. 카카오뱅크 IPO 이어 또 다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9월 24일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하고 상장 일정은 약 3주 정도 뒤인 11월 3일로 조정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 당국의 지도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펀드 및 보험 서비스 개편 작업을 시행했다. 카카오페이는 이 내용들을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에 상세하게 기술해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판매하던 일부 보험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보험과 펀드 투자 서비스 채널을 전면 개편했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과 'KP보험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해 금융(투자와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 점을 강조하며 금융당국 가이드에 맞춰 개편을 진행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는 카카오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최근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의 약관 작성·보고 매뉴얼’을 금융권에 배포하고 전자금융 서비스 이용 약관에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과 단어, 문구 등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더구나 금감원은 매뉴얼에 네이버파이낸셜의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그런데 출시 후 명칭이 문제가 되면서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상품명이 바꿨다.

금감원은 금융상품과 연계된 전자금융 서비스의 명칭에 전자금융업자명만 명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지난달부터 관측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빅테크 정책과 관련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 업체가 금융관련 업무를 영위할 때에는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체계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기존 금융회사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혁신, 핀테크 발전 등을 명분으로 유연하게 대응해왔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보다는 기존 금융회사들과 빅테크 간의 합의점을 찾는데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빅테크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빅테크 기업의 무한확장에 금융에 미칠 영향 우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빅테크 규제에 나선 원인으로 과도한 확장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철저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산업 자본이 금융을 이용해 문어발로 확장을 하거나 금융의 위기가 산업으로 전이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핀테크 서비스 주목을 받으면서 IT기업들에 대해 금산분리 완화정책이 추진됐다. 이에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가 허가를 받았다.

이런 추세에 맞춰 빅테크 기업들은 무한 확장에 나섰다.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 증권, 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직접 은행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물론 직접 금융회사들과 업무협약 등을 통해 협업을 추진 중이다. 10월 토스뱅크를 출범시키는 토스 역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점차 빅테크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8월 카카오뱅크 상장이라고 금융권은 지적한다.

8월 6일 상장 첫날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 KB금융그룹 시총 21조7052억원, 신한금융그룹 20조182억원, 하나금융그룹 12조9855억원을 넘어섰다. 8월 20일 카카오뱅크 시총은 43조2341억원으로 현대차를 넘어서며 코스피 시가총액 8위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환호했지만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은행만 하고 있고 카카오페이가 결제, 보험, 증권 등 다른 서비스를 한다”며 “은행업만 하는 카카오뱅크 시총이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의 회사를 모두 합친 금융그룹들의 시총을 훨씬 넘어선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4743억원이었고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59억원이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성을 봐도 과도한 열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실적이 1000억~2000억원 정도 변동이 있을 경우 카카오뱅크 시총이 수조원, 수십조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국내 증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단순히 시가 총액이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변한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시총의 금융회사를 거느리는 것이 금산분리 완화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혁신 측면에서 핀테크, 빅테크 분야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금융권이 반발해도 기득권 지키기 위해 견제한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테크가 대기업으로 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판매채널로서 지배적인 플랫폼을 구축한 빅테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약화되거나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흡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규모가 금융시스쳄에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할 경우 빅테크를 금융안전망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2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확대에 따른 주요 이슈와 정책적 논의’ 보고서에 핀테크와 빅테크를 다르게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빅테크에 대해서는 핀테크와 달리 금융인프라 안정성 등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자본금 규제, 비상계획 마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IT에 기반한 핀테크 기업과 대기업인 빅테크를 단순히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빅테크의 플랫폼금융이 금융혁신이라는 명분 차원에서는 주목을 받고 또 혜택도 받았지만 너무 급격히 확장된 것이 규제를 불러왔다고 본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몸집도 커지고 서비스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좀 더 조심스럽게 서비스를 확장하고 금융 규정들을 고려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규제에 나서면서 플랫폼금융 서비스 확장도 당분간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혁신과 플랫폼 금융이 국제적인 추세인 만큼 정리와 속도 조절을 하는 수준에서 이번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빅테크 기업들에게 금융 라이선스 획득과 규정을 지키며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지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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